17년만 공동문서에도…'과거사·오염수·CPTPP' 빠졌다
이시바, '반성' 언급 없어…아베 정권 역사인식 '계승' 논란도
오염수도 수산물도 "포괄적 논의, 구체적 협의 내용 없어"
2025-08-24 15:27:49 2025-08-24 15:27:49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년 만에 한·일 양국 간 합의된 공동문서를 발표했습니다. 양국은 이번 공동발표문을 통해 '미래지향적 협력'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시'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비롯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문제 등은 발표문에서 제외됐습니다. 특히 당초 예상됐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도 담기지 않으면서, 실질적 협력까지 다가서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과거사 현안 언급 없었다…"철학적 수준 논의만"
 
2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한·일 정상회담 후 합의된 문서 형태로 결과를 발표한 것은 지난 2008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후 17년 만입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한·일 정상은 (소인수·확대) 회담과 만찬까지 합쳐 약 3시간 30분 동안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눴다"며 "소인수 회담의 경우 애초 20분이 예정돼 있었으나 그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가량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회담의 전반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취임 후 2개월 만에 일본을 방문해 한·일 셔틀외교를 조기에 복원한 것"이라고 총평했는데요. 우리나라 대통령이 양자 정상회담을 위한 해외 첫 순방지로 일본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합니다. 
 
공동 발표문 역시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이고 상호호혜적인 협력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한·일 정상회담 결과 공동언론발표문'을 보면 양국은 셔틀외교 복원을 위한 정상 및 각급 차원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경제·산업·사회 문제 등에 대해 당국 간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습니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한반도 문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따른 통상 환경의 변화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는데요. 
 
발표문에는 이시바 총리가 지난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인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역사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발표문에 과거사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건 해당 언급이 전부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 과거사 문제에 "접근이 어려운 것들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협력하자"고 밝히며 "해결에 이르지 못한 여러 문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문제에 너무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과거 직시'라는 전제 자체가 실종돼 있다"며 "일본 정부의 부당한 역사와 피해자 인권침해 문제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이시바 총리의 언급에는 '위안부'의 조직적인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신까지 포함될 수 있어,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시바 총리가 지난 15일 패전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 총리로는 13년 만에 말했던 '반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바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위 실장에 따르면 실제로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구체적 현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으며 철학적 인식에 기반한 논의만 진행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확대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갈등 요소 '제외'…실질 협력, 토대만
 
실무 차원의 논의에도 빈틈이 있습니다. 24일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 
 
현재까지 도쿄전력은 약 10만톤의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했지만, 원전 부지 내 탱크에는 여전히 128만톤의 오염수가 남아 있으며, 이중 68%가 방사성 물질 농도의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도쿄전력이 목표로 하는 2051년 폐로 완료 시점까지도 방류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오염수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본 정부의 수산물 수입규제 철폐 요구에 대해 "포괄적 논의는 있었지만 구체적 협의가 되지 않았다"라는 게 위 실장의 설명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의 일본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여기에 당초 기대를 모았던 CPTPP 가입도 발표문에 담기지 못했습니다. CPTPP는 일본이 주도해서 영국과 12개국이 참여하는 경제공동체인데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큰 규모로, 환태평양경제질서 블록입니다. 
 
결국 서로에게 강점이 있는 수소·AI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통해 우선 양국의 경제협력을 위한 기초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일 양국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계기로 셔틀외교를 한층 더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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