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홈플러스)④점포 1곳 폐점 시 일자리 1400개 '삭제'…지역경제 '휘청'
"주말 방문객 빠지니 매출이 10% 이상 줄었어요"
울산 등 지방서는 지자체장 발 벗고 "폐점 반대 서명"
홈플러스 매출 의존도 25% 이상 거래처들 생계 막막
2025-09-03 15:09:57 2025-09-03 15:29:38
폐점한 홈플러스 입구.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홈플러스가 회생의 기로에 서면서 폐점 이후 지역사회에 미칠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방 소도시는 대형마트가 없어지면 관련 일자리는 물론 지역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샙니다. 
 
지방 소도시 점포 폐점→'지역 경제 침체'로 직결
 
3일 홈플러스 자체 조사에 따르면 1개 점포가 폐점할 때 점포 자체에서 없어지는 일자리는 945개에 달합니다. 여기에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가 없어지면서 발생하는 주변 공동화로 인해 줄어드는 주변 일자리도 429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개 점포가 없어질 때마다 1374개의 일자리가 잠정 소멸하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지방 소도시입니다. 홈플러스는 전국에 총 123개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65곳)이 수도권에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홈플러스 1개 점포가 책임지는 범위가 훨씬 넓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지방 홈플러스가 폐점하면서 남기는 타격은 수도권보다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폐점한 해운대 홈플러스 인근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A씨(60대)는 "해운대가 관광지라도 이쪽은 마린시티와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라 관광객 매출은 적은 편"이라며 "주말이면 장보러 오던 손님이 센텀시티 쪽으로 빠지면서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 지난달 말 울산광역시 홈플러스 전체 4곳 중 울산남구점과 울산북구점 폐점이 결정되자, 지자체장들이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함께 폐점 반대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수백만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홈플러스를 지켜 지역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또한 폐점 이후 점포가 방치되기라도 한다면 주변 상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대해선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업계 종사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타 대형마트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상권에 중복되는 일부 점포는 단기 매출이 증가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주변 상권이 침체되면서 소비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오프라인 유통업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 거래처는 주변 상권보다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현재 홈플러스가 파산할 경우 연쇄적으로 피해를 받는 거래처는 총 6350여개로 집계됩니다. 이 중 홈플러스 매출 100%인 거래처가 1127개(17.7%)에 이릅니다. 홈플러스 매출 의존도가 50~100% 미만인 업체는 944개, 매출 의존도가 25~50% 미만 업체는 740개입니다. 다시 말해 홈플러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전체의 4분의 1 이상인 거래처가 44%에 달한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이 가운데 홈플러스에 입점한 곳만 2439개(86.7%)라는 건데요, 홈플러스 매출 비중이 높은 거래처 대부분이 입점 자영업자라는 점입니다. 홈플러스 자체가 문을 닫으면 당장 장사할 곳부터 새로 구해야 하니, 이들은 사실상 홈플러스와 함께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셈입니다. 폐점을 앞둔 일산 홈플러스에서 만난 입점 자영업자 B(50대)씨는 "폐점일은 다가오는데 아직 구체적인 보상안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막막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마트 떠난 자리엔 빽빽한 주상복합…주민 편의시설 '저 멀리'
 
그렇다면 홈플러스가 떠난 자리에는 무엇으로 채워지게 될까요. 부동산 관계자들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오피스가 들어설 확률이 매우 높다고 내다봅니다. 홈플러스 부지는 접근성이 좋습니다. 이 때문에 땅주인인 디벨로퍼(시행사)들은 금싸라기 땅에 가장 수익성이 좋은 건물, 즉 아파트를 지을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 경기 안산점은 시행사 화이트코리아가 49층까지 주상복합과 오피스텔을 세웁니다. 부산 해운대점은 해운대마린PFV과 SK에코플랜트 등 컨소시엄이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를 짓습니다. 부천 상동점은 롯데건설·하나대체운용 컨소시엄이 47층, 1853가구 아파트, 대선 둔산점은 미래인이 47층짜리 오피스텔, 동대점은 알앤티원 등 컨소시엄이 아파트·오피스텔을 공사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2026년 폐업하는 서울 동대문점은 49층짜리 주상복합과 공연장으로 변합니다. 
 
주민들과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이런 현상으로 소비자 편의가 크게 줄어든다는 건 뼈아픈 지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온라인 상권이 활성화되도 신선식품이나 해산물을 비롯해 문화적인 면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은 뚜렷하다"며 "인구 감소로 식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B2C 상품 매출이 줄어든 마당에 소비자와의 접점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지방은 인구 감소세가 뚜렷한데, 당장 필요한 게 마트인지 아파트인지 도시 설계 관점에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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