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지난 30년간 국내 혼인과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혼 건수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저출생 심화로 태어난 아기 수는 3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출산을 하더라도 대부분 자녀 1명에 그치는 추세가 자리 잡은 모습입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석 달이 지났지만, '인구절벽' 문제에 전면 대응할 대통령실 인구정책비서관 자리는 여전히 공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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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결혼 반토막·출생아 3분의1로 ↓
통계청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난 30간 우리나라의 혼인·출생 변화'를 발표했습니다. 출산의 선행 지표인 혼인 건수는 1996년 43만5000건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22년에는 역대 최저인 19만17000건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이후 2년 연속 증가하고 있지만, 1995년과 비교하면 44.2% 줄어든 수준입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지난해 4.4건으로, 30년 전보다 절반가량 감소했습니다.
다만 외국인과의 혼인은 2005년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22년부터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외국인 아내는 1995년 1만건에서 지난해 1만6000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외국인 남편은 같은 기간 3000건에서 5000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출생아 수는 1995년 71만5000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2023년 23만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23만8000명으로 소폭 늘며 증가세로 전환했으나, 30년간 66.7% 줄어든 결과입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은 1995년 15.7명에서 2024년 4.7명으로 11명 감소했습니다.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995년 1.63명에서 2024년 0.75명으로 0.89(54.2%)명 감소했습니다.
출산 연령대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모의 연령별 출산율은 2005년까지는 20대 후반에서 가장 높았으나, 2010년부터는 30대 초반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지난해 33.7세로, 30년 전(27.9세)보다 5.8세 상승했습니다. 부의 평균 출산연령도 36.1세로 같은 기간 5.0세 올랐습니다.
첫째 아이의 비중은 늘었습니다. 첫째 아이는 1995년 34만5800명에서 지난해 14만6100명으로 57.7% 줄었습니다. 다만 첫째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48.4%에서 지난해 61.3%로 13%포인트 확대됐습니다. 둘째 아이와 셋째 아이 비중이 크게 감소한 탓입니다. 합계출산율 1.0명을 넘기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해석됩니다.
인구정책비서관 석 달째 '공석'…정책 방향 '불투명'
그러나 새 정부의 인구정책 방향성은 흐릿합니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직후 대통령실에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고 AI·바이오·인구·기후 대응 등 4가지 미래 국가 과제를 총괄하도록 개편했습니다. 그러나 인구정책비서관 자리는 취임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석 상태입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정부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이에 올해 1월 급하게 편성한 예비비 13억7000만원과 지난 5월 추경으로 편성한 49억8000만원에 기대 운영을 이어 나가는 실정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저고위 폐지 후 인구전략기획부가 신설될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까지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논의됐던 '인구부' 신설 논의는 사실상 실종됐습니다.
국정위는 지난달 13일 이재명정부의 국정 운영 계획을 밝히며 5대 국정 목표 아래 123대 국정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 중 '기본이 튼튼한 사회' 목표 아래 인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출산·육아 환경 조성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및 다양한 가족 지원 △청년의 정책 참여 확대 및 기본 생활 지원 △연금제도 개선 △가족구조 변화 대응 및 은퇴 세대 맞춤 지원 △인구·디지털 변화, 기후위기 대응 노동 대전환 등의 과제가 포함됐습니다.
이와 별도로 설정한 12대 중점 전략 과제에는 '인구 위기 적극 대응으로 지속·균형 성장'이 담겼습니다. 국정위는 재난·인구 위기 대응에 57조원의 재정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해 언제, 어떻게 추진할지를 담은 564개의 세부 실천 과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통령실의 'AI미래기획수석'은 사실상 '과학기술수석'으로 인식된다"며 "인구 문제는 과학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고, 노동시장이나 이민정책 등 사람들의 삶을 살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인구 문제를 독자적으로 신경 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현재 저고위는 예산 등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의 파워가 실리기 어려운 구조다. 인구 문제는 전 부처와 연관된 과제인 만큼 총괄 권한이 더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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