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희룡, 의문의 '30분 통화' 후 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
원희룡, 2023년 7월6일 긴급 당정간담회 중 자리 비우고 통화
가짜뉴스 대응 위해 모인 간담회…원희룡 통화 후 분위기 급변
정치권 "1조8천억 국책사업 백지화, 장관 혼자서 결정 못한다"
"통화 상대는 김건희씨 아니면 김씨 최측근일 가능성이 100%"
2025-09-04 13:54:11 2025-09-04 14:54:33
[뉴스토마토 강예슬·김현철·유근윤 기자] 서울-양평고속도로(이하 고속도로) 논란이 한창이던 2023년 7월6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긴급 당정 간담회에서 고속도로 백지화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 일가의 땅이 있는 곳으로 고속도로 노선이 변경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몽니를 부린 겁니다. 그런데 원 장관이 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하기 직전 누군가와 30분가량 통화를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더구나 간담회는 애초 고속도로 백지화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는데, 원 전 장관은 누군가와 통화한 이후 갑자기 백지화를 선언한 겁니다. 원 전 장관이 당시 전화로 백지화 지시를 받은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 나옵니다. 
 
2023년 7월6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선 국민의힘과 국토부가 긴급 당정 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김건희씨 일가 고속도로 특혜' 의혹 제기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했습니다. 2017년 고속도로의 종점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로 계획됐는데, 2023년엔 종점이 양평군 강서면으로 변경됐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강서면엔 김씨 일가의 토지·선산이 있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고속도로 노선이 김씨 일가에 특혜를 주려고 의도적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런 주장을 '가짜뉴스'로 규정했습니다. 
 
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간담회엔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과 국토부 실무자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한창 진행되던 간담회가 잠시 정회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원 전 장관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느라 30분 정도 자리를 비운 겁니다. 문제는 그 직후 일어났습니다. 자리로 돌아온 원 장관이 갑자기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꺼낸 겁니다. 1조8000억원 규모 국책사업이 하루아침에 중단된 겁니다. 특히 관계자들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이 통화하러 나가기 전까지 간담회에선 고속도로 백지화 논의가 전혀 없었습니다.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한 말들이 오갔다고 합니다. 
 
2023년 7월23일 국토교통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자료 중 일부. (사진=국토교통부)
 
다만 현재로선 원 전 장관이 그날 누구와 통화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장관이라고 할지라도 1조8000억원대 국책사업을 순식간에 백지화시키는 중대 결정을 단독으로 내렸을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원 전 장관은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 전까지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는 데 그쳤습니다. 때문에 원 전 장관이 '의문의 30분 통화' 직후 "고속도로 노선 검토뿐만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겠다"고 한 배경은 의구심을 낳기 충분합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국토부 장관이 그런(고속도로 백지화) 중대 결정을 혼자 할 수 있겠느냐"며 "(백지화 선언 전 통화 상대는) 당연히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도 "(원 전 장관과의 통화 상대는) 당연히 김건희씨 아니면 김씨 최측근일 가능성이 무척 높다. 거의 100%"라며 "아무리 국토부 장관이라도 해당 사안은 장관이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2023년 7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당정간담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조8000억원대에 이르는 고속도로 사업의 운명이 정체불명의 통화로 결정됐을 개연성이 높은 만큼 당시 원 전 장관의 통화 내역을 밝히는 건 고속도로에 관한 김씨 일가 특혜 의혹을 규명하는 데 또 다른 쟁점이 될 걸로 보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원 전 장관에게 2023년 7월6일 당정 간담회 당시 통화한 상대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원 전 장관은 취재팀이 보낸 메시지를 읽은 걸로 확인됐지만, 답변이 없는 상태입니다. 
 
한편, 김건희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특검은 윤석열정부 시기인 2023년 5월 고속도로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서면 일대로 변경된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관련해 특검은 지난 7월14일 원 전 장관을 피의자로 적시하고, 국토부 장관실, 한국도로공사 설계처, 고속도로 사업 용역을 맡은 업체들을 압수수색한 바 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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