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리셋…내부 혼란 극심
2025-09-08 13:21:54 2025-09-08 13:48:58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정부가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고, 그 산하에 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기로 했습니다. 감독 권한이 특정 기관에 집중되는 부작용을 우려해 기관장을 각각 별도로 두기로 했는데요. 금융당국 내부에서 경제금융 관료와 정권 실세들의 '불안한 동거'가 이어질 경우 과거 기관 간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관료·실세 불안한 동거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금융정책(재정경제부)과 감독 총괄(금감위), 건전성(금감원), 영업행위·분쟁조정(금소원) 등 4층 구조로 개편되는 가운데 내부 갈등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정부는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임은 금지하기로 했는데요. 과거 두 직위를 겸임하면서 불거졌던 이해 충돌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정부 당시 초대 금감위원장(이헌재)부터 6대 금감위원장까지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해왔고,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는 기존 금감위를 해체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분리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쳤다는 이유로 금감위 수장으로는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 경우 쉽지 않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과의 역할 정리입니다. 금감위 신설, 금소원 분리와 함께 금융감독 정책과 집행 기능이 재배분이 필요한데요. 이 과정에서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 간 권한 경계가 불분명해질 개연성이 큽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가 신설된 후 금감원장을 별도 임명했으나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신경전은 지속됐습니다. 지난 윤석열정부 초기에도 관료 출신의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정권 실제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임명된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위 산하기관이지만 대통령 최측근인 이 원장이 사실상 금융정책과 감독을 주도하면서 두 기관의 갈등이 깊었고 금융정책에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정통 관료 출신과 정권 실세의 '불안한 동거'는 이번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위원장에 거론되는 이억원 후보자는 정통 경제 관료 코스를 밟아왔습니다.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에서 미래전략과장, 종합정책과장 등을 지냈습니다. 문재인정부였던 2020년 5월엔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으로 발탁됐고 이후 2021년 3월 기재부 제1차관에 임명됐습니다. 
 
지난달 초대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이 원장은 '실세형 인사'로 분류됩니다. 이 원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이재명 대통령과는 함께 사법연수원을 거쳤습니다. 이 대통령의 각종 재판을 변호하기도 한 이력도 있어 단순한 동기를 넘은 사이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주로 진보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한 인물입니다. 
 
두 기관장은 주요 금융 현안을 두고 벌써부터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는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감독정책, 금융정책은 절대적으로 금융위원장 소관"이라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금감원 지휘권은 금융위에 있다고 못 박은 셈입니다. 이 발언은 향후 감독 권한 배분 문제에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감독·검사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에 이억원(왼쪽)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거론되는 가운데 '실세형 인사'로 분류되는 이찬진(왼쪽) 금융감독원장과의 불안한 동거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내부 갈등 반복 우려
 
보험업권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 차가 확연합니다. 대형 보험사 회계 처리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가 우선이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반면 이 원장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회계 처리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금융위는 국회로 공을 넘기는 반면 금감원은 현장 감독을 통해 직접 손질하겠다는 태세입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 수장들이 정책 전반에서 이견을 보이는 기류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요 정책마다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에서 금융정책 방향을 놓고 양 기관장이 충돌하면서 감독 체계 전반의 신뢰도가 흔들린 사례가 반복됐습니다. 
 
정부는 금감위 산하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도 별도로 두기로 했는데요. 금융소비자위원회와 금소원 간 업무 분담과 시너지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힙니다. 정부가 금소원에 각종 검사나 제재권을 부여할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금소위와 금소원, 금감원과 금소원 간 갈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초대 금소원장은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기획위원을 지냈고 금융위 해체와 금감원 독립 강화를 꾸준히 주장한 인물입니다. 2020년 문재인정부에서 최초 여성 금감원 부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고, 이재명 대표 재임 때인 2023년 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담당하는 금소원에 또 다른 실세형 인사가 내려온다면 지휘 체계상 금감위가 위에 있지만 권한은 금감원이나 금소원이 더 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입니다. 다만 금감위 설치법 개정이 추가로 필요해 관련 입법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큽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가 불가피한 만큼 야당과의 협의가 변수인데요.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금융위 설치법’ 등 정무위 소관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개편 당사자인 금융당국과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밀실 졸속안'에 반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금융위원회 등을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해 내년 1월2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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