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공모 조성한 해외 부동산펀드가 또 큰 손실로 막을 내릴 전망입니다. 아마존이 장기 임차한 물류센터에 투자해 오피스 펀드보다 안전하다던 상품이, 3개 보유 자산 중 가장 비싼 곳을 매입가보다 24%가량 낮은 가격에 팔겠다고 공시했습니다. 나머지 2개 물류센터를 똑같은 할인율로 매각할 경우 투자자가 손에 쥐는 돈은 430원 남짓에 그칩니다. 해외 부동산펀드를 출시한 국내 운용사들의 실패 사례가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습니다.
아마존 물류센터도 손해 보고 매각
한국거래소 공시(KIND)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5일 미래에셋맵스 미국부동산투자신탁16호(이하 미국16호)의 보유자산 중 아마존 콩코드(Amazon Concord) 물류센터를 5195달러(부대비용 차감 전)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해당 물건은 미국16호 펀드가 보유한 미국 물류센터 3곳 중 하나입니다. 이 펀드는 미국 내 아마존 물류센터 투자를 위해 공모해 2020년 10월28일 설정한 상품으로, 각각 인디애나폴리스의 아마존 그린우드, 클리블랜드의 아마존 베드포드하이츠, 그리고 샬롯의 아마존 콩코드 등 3개 물류센터를 보유 중입니다.
내년 4월로 펀드 운용 기간 종료일이 다가오고 있어 지금은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인데요.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번 매각 가격이 취득 가격보다 크게 낮아 투자자들의 우려가 현실화됐습니다.
2020년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개 물류센터를 그린우드 6200만달러, 베드포드하이츠 4680만달러, 콩코드 6820만달러 등 총 1억7700만달러에 사들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 매입가격이 감정평가액보다 낮다고 홍보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그 사이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지며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미국16호 펀드는 지난해 12월 말 자산 재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지난 3월 기준가에 반영했습니다. 3개 자산의 감정평가액은 1억5815만달러로 산출됐습니다.
이에 펀드 몫의 평가액도 기존 7147만달러에서 5966만달러로 1180만달러 감액 조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3월26일 1181.35원이었던 기준가는 28일 993.30원으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하지만 불과 반년 만에 감정평가액보다 더 낮은 가격에 자산 매각이 이뤄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출 갚고 나면 반도 안 남아
사실 자산 재평가액만 보면 손실 규모는 20%대인데요. 자산을 매입하는 동원한 쓴 대출 비중이 큰 탓에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욱 커집니다. 이른바 역레버리지 효과입니다.
콩코드 물류센터는 3개 자산 중에서도 취득가가 가장 높은 곳입니다. 만약 콩코드 물류센터처럼 나머지 2개 물류센터도 23.8%의 손실률로 매각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매각대금은 1억3487만달러가 됩니다. 여기에서 선순위대출(1억620만달러)를 제하고 나면 펀드 투자자들의 몫은 고작 2867만달러만 남습니다. 이를 펀드 좌수로 나누면 1좌당 0.3096달러, 원달러환율 1380원을 가정할 경우 427원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펀드가 보유 현금 일부가 더 있다고는 해도 원금 1000원의 절반도 안 됩니다. 또 여기엔 자산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세금과 수수료 등 부대비용은 포함하지 않았기에 실제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3개 물류센터 모두 2020년 펀드를 설정하면서 준공해 임대차를 시작했고, 글로벌 기업 아마존과 12년 계약을 맺어 오는 2032년 7~9월에나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는 우량 자산임에도 매각가는 형편없이 낮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어렵다는 반증입니다.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은 오피스 뿐 아니라 물류센터도 공급 초과로 높은 공실률을 기록 중입니다.
미국16호 펀드의 최근 운용보고서를 참고하면, 미국 전체 물류센터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10bps 상승한 7.1%를 기록 중입니다. 좀처럼 공실이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신규 공급이 계속 줄고 있는 것이 다행일 정도입니다.
이중 미국16호 펀드가 투자한 물류센터가 있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30bps 하락한 10.9%, 클리블랜드는 20bps 상승한 3.3%, 샬롯은 10bps 하락한 8.1%를 기록했습니다. 최악의 구간은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뚜렷한 개선세는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펀드 운용 종료가 다가오면서 미래에셋 운용진들은 큰 손실을 확정하고라도 지금 이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다만 펀드 만기에 쫓긴 운용사가 손실을 확정하고 리스크를 털어버릴 목적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운용사 측은 연내 매각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매각대금 대부분을 대출원금 상환에 사용해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갖추고자 한다”며 “2개 잔여 자산도 다각도로 분석해 펀드만기 연장 및 매각 방안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