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첫 금리인하에…한국도 '청신호'
미 연준, '고용 둔화'에 기준금리 0.25%p 인하
연내 2번 추가 인하 시사…'스몰컷' 보수적 운영
한·미 금리차 1.75%p…한은, 10월 인하 가능성↑
2025-09-18 16:22:12 2025-09-18 16:44:0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동결을 이어가던 연준이 올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간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좁혀졌습니다. 한·미 금리 격차가 줄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금리차에 따른 급격한 자본유출이나 환율 불안이 나타날 우려가 줄면서 다음 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서울 주택시장의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11월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용시장 '이상한 균형'에…9개월 만에 금리 인하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뒤 5회 연속 동결 행진을 이어오다가 9개월 만에 내린 것입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첫 금리 인하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요구해온 '빅 컷'(0.50%포인트 이상 큰 폭의 인하)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연준은 금리 인하 결정 배경으로 고용 둔화를 지목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노동 공급 증가가 거의 없는 가운데, 고용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상한 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우리는 좀 더 중립적인 정책을 향해 또 다른 조처를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연준이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고용시장이 견조하다'는 표현이 사라지고 '고용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표현이 추가됐습니다. 
 
연준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 전망을 기존 3.9%에서 3.6%로 낮췄습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를 보면 연준은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을 3.6%로 제시했는데, 연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향후 금리 인하 폭은 보수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올해 FOMC 회의는 10월과 12월 두 차례 남았습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효과가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중 지속해서 누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금리 경로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회의마다 새로운 데이터 등을 참고해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용 하방 위험을 지적하면서도 "경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해 경기 부양을 위한 큰 폭의 금리 인하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통화정책 숨통 트인 한은…집값 등 불안에 11월 가능성도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 정책금리 격차는 2.0%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줄었습니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서 미국과의 금리차가 커질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급등 위험이 있습니다. 한·미 금리차가 좁혀진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는 평가입니다.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상당수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에 따른 내외 금리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 충격 등을 우려하며 동결을 지지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다음 달 23일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불안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의 6·27 대책에도 서울 강남권, 마포구, 성동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가계대출도 큰 폭으로 줄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10월보다는 11월로 금리 인하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인해 한은의 10월 금리 인하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11월에 내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여전히 집값, 가계부채 등 관련 데이터가 만족할 만큼 확실하진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런 요소가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결정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 기관 합동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는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미 관세정책과 경제지표 등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해 있다"며 "주요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구 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화면에는 출장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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