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글로벌 해운 운임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해운업계 전반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요 둔화와 컨테이너선 공급과잉이 맞물리면서 운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음 달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평택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24일 해운업계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SCFI·CCFI·KCCI 등 해운업계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운임 지표들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선, 전 세계 15개 주요 항로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4.3% 하락한 1198.21(지난 19일 기준)로 집계됐습니다. 2015년 11월 이후 9년 10개월 만에 기록한 최대 낙폭입니다. SCFI가 1200선 밑으로 내려온 것도 1년 9개월 만입니다. 올해 2분기 평균 SCFI는 1645.4로 지난해 동기 대비 37.4% 하락했으며, 1분기와 비교해도 6.6% 낮아졌습니다.
중국발 운임 수준을 종합한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 역시 같은 기간 1120.23을 기록하며 전주 대비 5.0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CCFI도 올해 들어 누적 기준으로 19.2% 하락하는 등 뚜렷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발표하는 K-컨테이너해상운임종합지수(KCCI)도 1785포인트(22일 기준)로 전주 대비 6.8% 하락했습니다. 지수는 11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 최근 한 차례 반등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습니다.
통상 중국 국경절과 중추절 연휴(10월1~8일)를 앞두고는 물동량이 늘어나 운임 상승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미중 갈등과 미국발 관세 여파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운임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NH투자증권은 “SCFI 지수는 2016년 이후 주간 단위로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며 “미주 서안 항로가 31%, 미주 동안이 23% 하락하는 등 미주 노선 운임이 급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운사들 간 물량 확보 경쟁도 운임을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선박 발주가 과도하게 이뤄지면서 물량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2021~2022년에는 대형선 발주가 집중됐습니다. 당시 운임이 워낙 높아 해운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적으로 선박을 발주했습니다. 시장 점유율 확대와 규모의 경제를 노린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공급과잉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하락세가 일시적인 흐름인지, 장기 불황의 전조인지 업계의 이목이 쏠립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초중반에도 대형 선사들이 적자를 감수하며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인 끝에 ‘치킨게임식’ 운임 전쟁이 장기간 이어진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업계 전반이 깊은 불황을 겪은 전례가 있어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컨테이너선 시장은 최소 2027년에서 2028년까지는 수요 증가가 선복량 증가를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라며 “장기간 불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그는 “블랙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 시즌과 같은 성수기에 단기적인 반등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대세적 흐름은 하락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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