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해 대어급 정비사업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대형사 위주의 수주 경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공공 발주에 적극 참여하며 양극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31조6833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수주액 27조87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초 한남4구역을 시작으로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서초·성북 등 핵심 지역에서 대형 정비사업을 연이어 따내며 수주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도 성수, 압구정, 여의도 등 공사비만 1조원이 넘는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어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전망입니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가로정비주택사업, 모아타운 등 소규모 정비사업과 민간 참여 사업 수주에 주력해왔습니다. 서울에 집중된 사업장은 비교적 사업성이 양호했는데요. 그러나 6·27 대책으로 시공사의 추가 이주비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 조달 능력이 핵심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금융 리스크가 큰 기업의 경우 소규모 수주전에서도 참여가 쉽지 않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30일 서울 시내의 대형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또 최근 정부가 9·7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 방식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기회 확장과 사업성 악화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공공 주도로 수도권 공급이 이뤄지는 만큼 공공 노출도가 높은 중견 건설사에 기회가 된다는 건데요. 반면 공공사업인 만큼 적정 공사비 확보가 어려워 사업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LH 민간 참여 공사를 통해 도급 공사액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으나 분양 수익은 제한돼 중위험 중수익의 수주 계약으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민간에서의 경쟁력을 쉬이 가질 수 없는 중형 건설사들의 경우 공공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주 물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10대 건설사 브랜드 단지가 서울 분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분양물량 2만8627가구 가운데 10대 건설사가 공급한 물량은 2만3711가구로 82.8%를 차지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 11곳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단지는 8곳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고착화할 경우 산업 내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쟁력을 가진 중견 업체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수주 시장이 양분화된 상황에서 건설 환경 악화, 규제가 심화하면서 저가 경쟁에 쏠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건설 수준과 시장의 건전성까지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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