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김건희 특검이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조사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서약서에 서명을 요구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특검은 또 피의자에게 구속수사를 하려다가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 것으로 취재됐습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서약서는 피의자 간 말을 맞추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조치이며, 회유는 플리바게닝(죄를 인정하거나 수사에 협조할 것을 제안하고, 그 대가로 죄목이나 형량을 낮춰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사법 거래 제도)도 특검법에선 허용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특검의 이런 행위는 피의자에 대한 강압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양평군이 김건희씨의 모친 최은순씨가 운영했던 ESI&D가 수행한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개발부담금 축소 등 특혜를 줬다는 겁니다. 특검은 특히 2016년 11월 17억4868만원이던 개발부담금이 '고지전 심사 청구'로 2017년 1월 6억2542만원으로 줄고, 추가 정정 요청으로 같은 해 6월23일 0원으로 축소된 과정에서 양평군의 특혜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전진선 양평군수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양평군지부가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의 수사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2011~2016년 진행된 공흥지구 아파트 개발사업의 개발부담금 산정 업무를 담당하던 당시 양평군청 7급 공무원이었던 A씨는 지난 8월25일부터 10월1일까지 5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김건희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A씨는 조사 당시 변호인을 대동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특검에서 소환된 뒤 숨진 채로 발견된 양평군청 공무원 B씨는 A씨 조사가 끝난 직후인 10월2일 특검에서 첫 조사를 받았습니다.
특검은 A씨에게 개발부담금이 0원으로 축소되는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가 없었는지 집중 추궁했다고 합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법과 절차에 따라 행정 집행을 했고, 어떤 외압도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특검이 조사 내용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는 겁니다. 특검의 이런 행위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사 내용을 유출하지 말라고 서약서를 쓰는 경우는 없다"며 "수사 정보 유출 우려를 이유로 피의자에게 유출 금지를 요구했다면 별도의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 없이 요구했다면 무리한 요구, 심하게 표현하면 강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건희특검이 지난 7월2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압 수사 의혹도 제기됩니다. 해당 공무원은 특검 측으로부터 조사 말미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국고 손실 혐의를 적용하면 징역형이고, 국가가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데 그걸 (A씨가) 물어낼 만한 돈이 있느냐'며 진술을 회유했다는 겁니다. 특검 측이 조사 과정에서 구속수사 하려다가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 것으로도 취재됐습니다.
경찰 출신의 변호사는 해당 조사 방식에 대해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일반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많이 쓰인다"면서도 "다만 변호사를 대동하지 않고 조사를 받았다면 수사 대상 입장에서는 압박을 느낄 수 있고, 일종의 회유 내지 강압에 해당할 수 있어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형사 전문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은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 능력을 부인한다"며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 진술하는 것이 진술의 신빙성을 담보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검이 원하는 진술을 하지 않을 경우 구속수사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면 보기에 따라서는 강압에 해당할 수 있다"며 덧붙였습니다.
특검 관계자는 관련 주장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조사 비밀 서약을 했더라도 "위법이나 불법은 아니다"며 "공무원 분들의 공모 관계를 밝히는 게 수사인데 공범끼리 말을 맞추고 오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특가법상 횡령 적용할 경우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특검 측은 "최근 특검법이 개정되면서 '플리바게닝'이 들어갔다. 형량이 센데 자백을 하거나 이랬을 경우 플리바게닝에 의해 형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말은 조사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전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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