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HLB테라퓨틱스, 대규모 CB 풋옵션…그룹사 자금으로 '돌려 막기'
16회 CB 풋옵션 행사에 따른 만기전 175억원 취득
외부 자금 수혈 어려운 상황…전량 계열사 대상 발행
여전히 210억원 규모 미상환 CB 남아…주가 전환가액 하회
2025-10-15 06:00:00 2025-10-1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3일 14: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HLB테라퓨틱스(115450)가 부진한 주가 흐름으로 인한 대규모 전환사채(CB) 조기상환청구(풋옵션) 폭탄을 면치 못했다. 사측은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상환에 따른 재무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이지만, 이는 그동안 계열사를 대상으로 발행한 CB의 영향이 크다. 이에 결과적으로 계열사 자금으로 기존 CB 풋옵션 위기를 돌려 막은 모양새가 됐다.
 

(사진=HLB테라퓨틱스 홈페이지)
 
NK치료제 유럽 임상3상 유의성 확보 실패 이후 대규모 풋옵션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테라퓨틱스는 최근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따라 16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172억원을 만기 전 취득했다. 원금 및 이자 금액을 포함한 취득금액은 175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지난해 4월 운영자금 50억원과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150억원을 포함해 총 200억원 규모로 해당 CB를 발행했는데, 모브신기술조합 제273호가 40억원, 이씨파트너스코리아가 5억원을 인수했으며 30명의 개인이 나머지를 인수했다. 이들은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FI)로 보인다.
 
발행 당시 16회차 CB의 전환가액은 1만376원이었지만, 몇 차례 리픽싱에 의한 등락을 거치며 올해 7월1일 최저조정한도인 6920원에 도달했다. 반면 회사가 사채를 취득한 지난 10월1일 기준 종가는 전환가액을 한참 하회하는 3020원이었던 만큼 투자자들의 풋옵션 선택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에 앞서 전환청구기간 시작일이었던 올해 4월1일부터 6월23일까지는 총 5차례에 걸쳐 24만9942주, 총 22억원 규모의 전환권이 청구될 정도로 회사의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회사가 6월24일 신경영양성각막염(NK) 치료제 RGN-259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유럽 임상3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당시 전일 종가 기준 9090원이던 주가는 발표 당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6370원에 거래를 마쳤고, 주가는 지속해서 내리막을 걸으며 1달 만에 4000원 이하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주가는 13일 오후 1시 기준 3075원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대부분 풋옵션 행사로 눈을 돌렸고, 여전히 전환가액을 한참 하회하는 주가에 16회차 CB 잔여 권면총액 6억원에 대한 추가 풋옵션 행사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태다.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이번 풋옵션에 대해 자기자금으로 대응했으며, 향후 한국예탁결제원 등록 채권 말소를 통해 소각 예정이다.
 
 
  
계열사 CB로 쌓아 올린 유동성 이상무…주가 부양은 과제
 
HLB테라퓨틱스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6월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62억원, 유동자산으로 분류되는 기타금융자산 127억원(단기금융상품 120억원) 등 현금성 자산 189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번 16회차 CB의 풋옵션 행사 행사 금액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사측은 이번 공시에 앞서 회사가 9월4일 기준 3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과 함께 즉시 활용 가능한 투자유가증권 등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풋옵션 행사에 대한 대응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올해 반기 경과 이후인 7월3일 납입이 완료된 100억원 규모의 19회차 CB를 감안한 설명으로 보인다.
 
19회차 CB의 발행 목적은 운영자금 조달로 기재됐으나, 결과적으로 16회차 CB 풋옵션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돌려 막은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회사는 16회차와 19회차 사이에도 60억원 규모의 17회차 CB와 50억원 규모의 18회차 CB를 발행한 바 있어 CB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유동성이란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16회차 이후로 발행한 CB의 전환가액을 살펴보면 가장 최근에 발행한 19회차 CB를 포함해 모두 전환가액이 조정최저한도에 도달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17회차 CB가 6392원, 18회차 CB가 7119원, 19회차 CB가 6531원으로 현재 주가를 한참 웃돈다.
 
특히 이들 CB는 전부 계열사가 인수한 것으로 확인돼, 결국 계열사 자금으로 외부 CB 풋옵션을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16, 17회차 CB 발행 대상자는 HLB테라퓨틱스의 최대주주인 HLB이며, 19회차 CB의 경우 HLB생명과학이 30억원, HLB셀이 30억원, HLB파나진이 20억원, HLB펩이 20억원 등 HLB 그룹 내 계열사가 나눠 인수했다.
 
다만, 총 210억원 규모의 미상환 CB의 경우, FI들을 대상으로 발행해 여지없이 풋옵션 행사가 이뤄진 16회차 CB와는 달리 2027년 말 이후로 설정된 사채의 만기 전 조기상환에 대한 부담은 덜할 전망이다. 조기상환지급일은 17회차와 18회차가 각각 내년 5월과 8월, 18회차가 내후년 1월이다.
 
실제로 HLB 측은 지난해 11월 HLB테라퓨틱스의 17회차 CB 발행에 참여해 전량을 인수하면서 HLB테라퓨틱스가 신약 개발 사업에서 큰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만큼 회사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HLB테라퓨틱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잔여 미상환 CB(17~19회차)는 대부분 그룹 내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어, 조기상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당사는 각 회차별 만기와 조건에 따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남은 건 그룹 차원의 기대감에 부흥할 수 있도록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일이다. 테라퓨틱스는 현재 미국에서 RGN-259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당 임상의 탑라인 결과 도출을 앞당기는 전략에 따라 피험자 모집을 유럽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HLB테라퓨틱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환자 모집 효율화를 위해 일부 유럽 지역으로 모집 범위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전체 일정이 상당 부분 단축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구체적인 결과 도출 시점은 환자 모집 상태를 확인한 후 공식적으로 안내드릴 예정"이라며 "당사는 임상 진행의 품질과 속도 모두를 균형 있게 관리하며, 연구개발의 가시적 성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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