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안면 특징점 추출 기술 적용 예시(왼쪽), 얼굴 부위별 6가지 노화 지표 정의 예시(오른쪽). (사진=LG생활건강)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인간의 얼굴은 나이를 먹어도 한결같지 않습니다. 사람은 같은 나이여도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어떤 이는 50대인데도 30대로 보이고, 또 어떤 이는 30대인데도 중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부위는 일찍, 어떤 부위는 늦게 변합니다. LG생활건강 연구진이 비전 AI(Vision AI)와 전장 유전체 연관성 분석(GWAS)을 결합해 이 ‘얼굴의 노화 시계’를 과학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이 연구는 한국인 1만6000명의 얼굴 이미지와 유전체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한 세계 최대 규모의 얼굴 노화 연구로, 피부과학 분야 학술지인 <피부과학 저널(JID,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지난 8월22일 게재됐습니다. 논문 제목은 “대규모 얼굴 이미지 분석 및 GWAS를 통한 얼굴 형태학적 노화의 유전적 구조 규명”으로, 말 그대로 얼굴 형태 노화의 유전적 구조를 해부한 연구입니다.
68개의 얼굴 특징점, AI가 추적한 ‘노화의 좌표’
연구진은 20~60대 한국인 여성의 고해상도 얼굴 이미지를 수집해, AI 기반 안면 특징점 추출 기술(Facial Landmark Detection)로 얼굴 위의 68개 주요 좌표점을 분석했습니다. 이 좌표를 기준으로 눈꼬리 처짐, 입술 비율, 윤곽선 변화 등 6가지 노화 지표를 정량화하고, 연령대별로 어떤 부위가 언제부터 변하기 시작하는지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얼굴 부위별로 노화 시계의 속도가 서로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눈가는 50세 이전부터 탄력 저하와 처짐이 급격히 진행되며, 입술은 50세 이후부터 두께 감소와 비율 변화가 뚜렷했습니다. 얼굴 윤곽은 전 연령대에서 지속적 변화를 보였습니다. 즉, 30~40대에는 눈가 주름 관리가, 50대 이후에는 입가 탄력 강화가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연령 중심 스킨케어 접근을 넘어, ‘부위별 노화 속도’에 맞춘 정밀 뷰티 전략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얼굴의 시간은 유전자 속에도 있다
LG생활건강 연구팀은 얼굴 이미지 분석에 그치지 않고, 참가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는 GWAS(Genome-Wide Association Study)를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얼굴 노화와 관련된 10개의 주요 유전자 영역을 발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FOXL2 유전자는 눈가 피부의 발달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눈가의 주름과 처짐 패턴에 관여했고, FGF10 유전자는 콜라겐 합성과 피부 탄력 유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유전자들은 모두 피부 구조 유지, 세포 재생, 탄력 회복에 연관된 생물학적 경로에 속했습니다. 즉, 사람마다 타고난 “유전적 노화 설계도(genetic blueprint)”가 다르며, 이것이 얼굴의 각 부위별 노화 속도를 결정짓는 분자적 기반임이 드러난 것입니다.
세계 연구 흐름 속 한국의 ‘AI-피부 유전체 융합’ 성과
이번 연구는 국제 학계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 ‘노화 유전체학(Genetic Gerontology)’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영국의 Roberts et al. 연구팀(2020, JID)은 UK Biobank의 42만명을 대상으로 ‘보이는 나이(perceived age)’를 피노타입(phenotype)으로 한 GWAS를 수행하여 74개의 노화 연관 유전자 좌위(loci)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당시 연구진은 “보이는 나이의 약 14%는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사람이 실제보다 늙어 보이거나 젊어 보이는 현상의 약 6분의 1 정도가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환경적 요인(자외선, 수면, 식습관 등)이 절대적이라는 기존의 통념에 새로운 균형점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연구는 얼굴 부위별 세부 구조를 구분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LG생활건강의 연구는 AI 기반 이미지 정량화 + GWAS를 결합해 ‘얼굴 부위별 노화 시계의 유전적 차이’까지 규명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늙지 않는 피부가 아니라, 피부 장수”
한국인의 얼굴 형태, 생활습관, 유전적 특성을 모두 반영한 이번 연구는 그동안 서구 중심으로 축적돼 온 노화 데이터에 아시아인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더함으로써, 글로벌 피부과학 연구의 균형을 형성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LG생활건강 강내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LG생활건강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피부 장수(Skin Longevity)’, 즉 생애 전반에 걸친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의 지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AI와 유전체 분석이 결합된 정밀 피부 과학의 실질적 성과이며, 개인의 타고난 유전 특성과 연령대별 노화 패턴에 기반한 맞춤형 뷰티 솔루션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노화 예측형 AI 피부 진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그가 말하는 ‘정밀한 뷰티 케어 솔루션’은 피부 노화 극복을 바라는 이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DOI : 10.1016/j.jid.2025.08.010.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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