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금값, 랠리 종료 vs 숨 고르기
달러 강세·차익실현 겹치며 급락…상승세 피로감 누적
ETF 자금 유입·중앙은행 매입 지속…저가 매수세 되살아나
2025-10-23 17:44:55 2025-10-23 18:15:17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오던 금값이 급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와 주요 글로벌 이벤트를 앞둔 경계심리가 겹치며 국내외 금시장이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을 두고 '랠리 종료 신호'라는 시각과 '단기 숨 고르기'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99.99%)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19% 오른 19만7860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날 5.47% 급락하며 1만1430원이 빠진 뒤 소폭 반등했지만,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 여파를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습니다. 
 
국제 금값도 약세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4065.4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06% 낮게 마감했습니다. 전날 장중에는 6.3% 급락하며 2012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금 현물 역시 온스당 4054.34달러까지 밀렸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값 급락의 배경을 두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을 금 랠리의 ‘마무리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금값은 53.7% 가까이 상승하며 주요 자산 중 가장 큰 폭의 강세를 보였고, 10월 들어서만 12.9%가 급등하는 등 단기 과열이 심화됐습니다. 
 
귀금속 거래업체 MKS 팜프의 애널리스트 니키 실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시장이 다소 거품이 꼈다”며 “불과 6주 만에 1000달러가 오른 것은 비정상적이며 상승세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른바 ‘거품론’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투기성 매수세 확대와 달러 강세 전환이 있습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 해소, 미·중 무역 갈등 완화 기대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둔화된 데다, 엔화 약세에 따른 달러 강세가 투자자들의 금 매도세를 자극했습니다. 또 주요 실물 수요국인 인도가 힌두교 축제(디왈리) 휴장에 들어가며 단기 유동성이 위축된 점도 급락을 가속화한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값 급락은 미국 정부 셧다운에 따른 경제지표 지연 발표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번 주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가 금리 인하 폭 축소로 해석될 경우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할 경우 변동성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숨 고르기 조정'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과열 해소 구간이지만 중앙은행의 금 매입과 ETF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장기 상승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며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면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급락 국면에서도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은 이어졌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ACE KRX금현물' ETF에는 약 304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되며 전체 ETF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유입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는 약 400억원으로 전체 ETF 가운데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조정 장세 속에서도 안전자산 회귀 심리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주 발표될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발언에 쏠려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인되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재부각돼 금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물가 압력이 유지될 경우 달러 강세와 함께 조정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에 대해 "단기 과열 구간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조정"이라며 "금과 같은 귀금속 자산의 기본 펀더멘털이 흔들렸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연준이 내년에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3900~5000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금 거래업계 관계자도 "금값은 단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와 지정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안전자산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 급락은 추세 전환이라기보다 숨 고르기 조정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전날(22일) 국제 금값이 1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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