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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4일 17: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시행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적합 판정이 취소된 업체는 8곳으로 늘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실제 처분을 미루고 있다. 정부 역시 제도의 실효성과 정책적 파급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올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논란이 많은 제도다. 이에 <IB토마토>는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업계가 제기하는 우려와 규제당국의 개선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GMP 관련 중대한 위반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2개 업체는 행정소송 진행 중이라는 까닭에 그 위반 내용을 비롯해 업체명조차 공개되지 않는 등 제도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최초 적발 사례의 경우 대대적으로 공개해 대규모 피해가 현실화됐던 바, 실사 결과부터 처분 내역까지 보다 세심한 공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식약처 전경 (사진=뉴시스)
처분 확정된 업체만 공표…2개 업체는 이름조차 비공개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대상에 이름을 올린 업체는 총 8곳으로 늘어났다. 이 중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업체명을 알리지 않고 공개한 2곳을 제외하면 한국휴텍스제약, 한국신텍스제약,
동구바이오제약(006620), 삼화바이오팜, 두원사이언스제약, 넨시스 등 총 6곳의 이름이 알려져 있다.
식약처는 의약품안전나라를 통해 행정처분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기준 업체명이 알려진 6개 업체 중 처분이 공개된 업체는 한국신텍스제약과 두원사이언스제약, 넨시스 등 총 3곳이다.
공개된 내역을 살펴보면 시간 순서대로 두원사이언스제약은 제조지시서, 제조기록서 등 거짓 작성 및 미작성, 품목허가(신고) 시 허위 작성한 제조지시 및 기록서 제출로 2월19일자로 외용액제 및 연고제에 대한 GMP 적합판정이 취소된 것으로 확인된다.
신텍스제약은 반복적으로 첨가제를 임의 투입하고 제조기록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올해 3월 7일부로 내용고형제에 대한 GMP 적합 판정이 취소됐다. 넨시스는 25개 품목을 제조하면서 GMP 적합판정을 받은 이후 반복적으로 제조기록서를 허위로 작성해 6월17일자로 과립(비무균), 혼합(비무균), 코팅(비무균)에 대한 GMP 적합판정이 취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3개 업체에 대해선 위반 사실과 처분 내역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과 달리 앞서 처분 사실이 알려졌던 휴텍스제약과 동구바이오제약, 삼화바이오팜의 경우 의약품안전나라에서 행정처분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식약처는 최근 새로운 2개 업체가 처분 대상에 오른 사실을 공개하면서 3개 업체만 처분이 확정, 나머지 5개 업체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어, 원심 소송 판결 및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여부에 따라 공개 여부가 갈리는 모양새다.
식약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행정처분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행정처분의 사전 통지 및 의견청취를 통해 확정하며, 처분이 확정된 업체에 대한 처분 사항은 처분 개시일에 맞춰 식약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절차법은 제26조에서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처분에 관해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 그 밖에 불복을 할 수 있는지 여부, 청구절차 및 청구기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그 밖에 행정 소송 제기 이후 처분의 공표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이에 일각에선 중대한 위반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2개 업체는 행정소송 진행 중이라는 까닭에 그 내용을 비롯해 업체명조차 공개되지 않는 등 제도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도자료로 대대적인 공표…호되게 걸린 첫 사례
앞서 식약처는 첫 사례였던 휴텍스제약의 사례를 보도자료까지 배포해가며 대대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11월 식약처는 휴텍스제약의 내용고형제 대단위 제형에 대한 GMP 적합판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시 자료에서 23년 7월 현장점검 결과 6개 제품을 지속 반복적으로 허가사항과 다르게 첨가제를 임의로 증 감량해 제조하면서 제조기록서를 거짓 작성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상세히 기재했고, 1달여간의 효력 발생만으로도 휴텍스제약의 연간 매출이 반토막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처분 예고 이후 CSO를 적극 활용하는 업체들이 휴텍스제약의 생산 중단 의약품 시장을 잠식하기 위한 영업전략을 펼쳤다는 후문도 존재해 휴텍스제약 입장에선 호되게 잘못 걸린 셈이다.
이에 형평성 차원에서 행정처분이 결정되면 위반사실을 공개하고, 만약 실처분이 집행정지되는 경우 집행정지 사실을 함께 공개하는 방식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행정절차법 제40조의3 제8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위반사실 등의 공표에 있어 공표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거나 공표에 포함된 처분이 취소된 경우에는 그 내용을 정정해, 정정한 내용을 지체 없이 해당 공표와 같은 방법으로 공표된 기간 이상 공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가 원하지 않을 시 공표하지 않을 수 있다.
실사 결과나 안정성서한 배포 여부도 제각각
식약처는 행정처분 내용 외에도 의약품 GMP 실사 결과를 의약품안전나라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다만 처분 대상으로 알려진 6개 업체 중 실사 결과가 공개된 업체는 2건에 그치고 있다.
우선 2022년 12월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휴텍스제약 실사 내역이 공개돼 있는데, 식약처 보도자료와 비교해 보면 이는 GMP 취소 처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실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다른 업체가 적합 판정 받은 내용의 보고서가 업로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밖에 지난 2023년 11월28일부터 12월1일까지 삼화바이오팜에 대해 실시한 GMP 실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공개된 해당 내역을 살펴보면 총 9건의 지적(보완) 사항 중 '중요' 2건이 확인되며, 이는 허가 받은 사항과 다르게 제조하거나 제조기록서 거짓 작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식약처는 휴텍스제약 최초 적발 시 해당 의약품에 대한 회수 및 폐기를 요청하는 안전성서한도 배포했는데, 나머지 업체의 배포 여부를 확인해보면 동구바이오제약의 2개 품목에 대해서만 안전성서한이 배포됐다. 해당 서한을 통해서는 업체가 허가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제조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문제가 발생한 의약품의 즉각적인 회수와 폐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도 존재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여러 창구를 통해 정보가 혼재돼있고 그 공개 여부가 들쑥날쑥한 만큼 GMP 실사 결과부터 위반사실 적발, 처분 내역의 공개까지 전 과정에 있어 공표에 대한 더욱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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