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한 김현지 제1부속실장. (사진=뉴시스)
비선은 아니다. 선거 기술자도 아니다. 최순실·김건희 등이 얽힌 기묘한 종교와도 무관하다. 12·3 비상계엄의 단초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 같은 고삐 풀린 폭로도 없다. 적발된 비위 행위 역시 없다. 그런데도 역대 정권의 고질병인 '그림자 실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로 통한다)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논란이 국정감사를 뒤흔들었다. 출범 147일(28일 기준)밖에 안 됐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그를 향해 한마디씩 했다. "세긴 세, 실세야 실세." 여당 내부에서조차도 "고향도 몰라요"가 절로 나왔지만 은둔형 스타일이 되레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 'V0(대통령보다 센 권력자) 판타지'로 이어졌다. 음모론과 함께.
김현지 '막후 실세' 논란
음모론 하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 교체에 관여한 의혹. 이 대통령의 당시 변호사는 설주완. 첫 번째 쟁점은 선임 주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피의자(이화영)는 아니다. 본인은 몰랐다고 했다.
이때 등장한 설 변호사. 그는 당시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민주당 개입설은 합리적 의심. 이 경우 설 변호사의 롤은 이화영이 아닌 이재명 변호인. 게다가 무료 변론 아니었나. 다만 설 변호사 사임 후 선임된 김광민 변호사는 설 변호사가 스스로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실장의 신분은 이재명 국회의원실 보좌관. 그의 개입 여부는 미궁.
두 번째 쟁점. 변호인 사임 요청 주체. 이번에도 이 전 부지사는 아니다. 난데없는 김 실장 등장.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상용 검사(당시 이화영 수사담당관)는 설 변호사를 언급, "'(김 실장으로부터) 전화로 질책을 많이 받아 더는 나올 수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이재명정권의 '막후 실세'로 지목되는 것도 이 때문. 반면 김 변호사는 이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 회유 작전이 실패하자, 설 변호사가 독단적으로 사임했다고 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세 번째 쟁점. 변호인 사임 시기. 설 변호사가 돌연 사임한 것은 2023년 6월12일. 그사이 걸쳐 있는 이 전 부지사의 12회(6월9일)와 13회(6월14일) 조사. '김현지 저격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부지사의 자백이 6월9일이라고 주장한 반면, 김 변호사는 6월14일이라고 반박. 전자라면 국민의힘 음모론은 팩트에 수렴되고 후자라면 '청담동 시즌 2'일 가능성도 충분.
급기야 '선거자금' 관리 의혹까지

음모론 둘. "웃기지 말고 걔네한테 한 300억을 땡겨(당겨) 와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거죠." 유튜버 백광현씨가 공개한 파일이다. 이 음성이 실제 김 실장인지는 미확인. 다만 국가공무원법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까지 아슬아슬 줄타기.
이뿐만이 아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자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 당시 변호인(이상호)으로부터 체포영장을 전달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이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인 2003년, 변호사 비용 청구소송 승소 후 성공보수(2000만원) 수임 당사자로 지정한 이도 다름 아닌 김 실장. 응당 따라오는 이 대통령과 특수관계. '이재명 소송' 컨트롤타워 논란은 덤.
김 실장이 공식 직함 하에 형사사건을 챙기는 것은 업무 중 하나. 이 정도 의혹이라면 국감이든 이후 국회 운영위원회든 출석해 털어버리는 게 낫다. 김현지 비판에 깔린 것은 민주당식 내로남불. "조희대(대법원장)는 묻지 마 소환하면서 김현지는 왜 막냐." 딱 이 한 줄. 국민의힘 선출 권력 107명의 출석 요구를 가볍게 뭉개는 선택적 정의.
이 대통령이 역설한 선출 권력 우위론도 '임명 권력' 김 실장 앞에선 예외. 김현지의 힘은 1280만4809표(22대 총선 국민의힘 지역구 득표수)를 능가한다. 특히 국감 앞 사상 초유의 보직 변경을 통한 방탄. 그렇게 정무 감각이 없어서야.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애지중지 존엄현지'가 아닌 모든 국민의 현지. 충언역이. 곧은 말은 귀에 거슬리는 법. 내로남불을 멀리하시라. 그것이 성공한 대통령의 제1 조건일 테니.
최신형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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