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국가 핵심 산업에 필요한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들의 해외 유출(두뇌 유출·Brain Drain)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은 단순한 노동력 손실이 아닌 기술주권의 잠재적 위협으로 작용하는 만큼, 국내 연구 생태계 환류와 제도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3일 '한국은행의 이슈노트' 분석을 보면, 국내체류 이공계 인력의 42.9%(이공계 석·박사급 1916명 대상 설문조사)가 '향후 3년 내 외국으로의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중 5.9%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거나 인터뷰'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일 한국은행의 이슈노트 분석을 보면, 주요국 중 미국으로의 고급 인력 유출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도, 영국, 프랑스, 중국, 호주, 독일, 일본보다 높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특히 20~30대의 젊은 인력들은 해외 이직을 원하는 비중이 70% 수준으로 매우 높았습니다. 종사 분야별로는 바이오·제약·의료기기, IT(정보기술)·소프트웨어·통신 등입니다. 여타 국가에 비해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조선·플랜트·에너지 부문도 약 40% 이상이 3년 내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응답도 7.1% 수준에 달했습니다. 해외 이직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집단은 30~40대로 대학교·중소기업·스타트업 소속 연구 개발 종사자·교수입니다.
국내 이공계 학사 이상의 인력 중 해외 취업이나 장기 유학을 선택한 비중은 최근 10년 사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더욱이 주요국 중 미국으로의 고급인력 유출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도, 영국, 프랑스, 중국, 호주, 독일, 일본보다 높습니다.
국내 이공계 주요 5개 대학로 따지면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연세대, 고려대 출신 인력이 전체 이공계 해외 순유출 인력의 47.5%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 규모는 2010년 약 0.9만명에서 2021년 1.8만명으로 두 배 증가한 수준입니다.
지난 9월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페스타 2025를 찾은 참관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공계의 해외 유출 요인은 경제적 보상격차, 산업 구조의 제약, 연구환경 불균형 등으로 분석됩니다. 이중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로 66.7%가 '금전적 요인'을 꼽고 있습니다. 연구 생태계 및 네트워크(61.1%), 경력기회 보장(48.8%)인 비금전적 요인도 높은 응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금전적 보상 못지않게 비금전적 요인의 개선이 인재 유출 완화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실증 분석이 나옵니다. 예컨대 소득 만족도 개선이 1단위 상승할 때 해외 이직 확률은 4.0%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 안정성 개선이 1단위 상승할 경우 해외 이직 확률은 5.4%포인트 감소하는 등 가장 큰 효과를 보였습니다. 승진 기회 개선은 1단위 상승 시 해외 이직 확률이 3.6%포인트 줄었습니다. 고용안정성(-5.4%포인트)과 승진기회(-3.6% 포인트)에 대한 만족도 개선도 해외 이직 확률을 낮추는 것으로 실증됐습니다.
최준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과장은 "성과에 기반하는 유연한 임금·보상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인적자본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인적 투자 세액공제 실효성 강화, 핵심 인력에 대한 소득세 감면 등 및 제도적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국내 생태계로 환류되는 '인재 순환형'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회수 메커니즘을 강화해 투자수익 실현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첨단산업에서 초기 수요자로 나서 기술 검증과 시장 형성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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