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젠슨 황이 가르쳐준 것
2025-11-06 17:33:57 2025-11-06 17:54:23
시가총액 5조달러(7240조원)의 세계 최고 기업을 일군 젠슨 황 엔비디아 CEO1993년 친구 크리스 말라초스키, 커티스 프리엠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한 식당에서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주차장에서 탄생했다면, 젠슨 황의 엔비디아는 식당에서 태어난 셈이다
 
특히 이 식당이라는 공간은 엔비디아의 창업지라는 상징성 말고도 황 CEO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10대 시절 식당에서 청소, 서빙 등 궂은 일을 하며 창업의 꿈을 키운 황 CEO는, 이곳에서의 경험들이 겸손(Humility), 근면(Hard work), 환대(Hospitality)를 가르쳐줬다”며 자신의 리더십과 인생에 중요한 교훈이 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 낯선 사람과 소통하는 배움을 통해 현재의 유려한 소통가로 성장했다는 얘기다. 
 
그의 소탈하고도 친화적인 소통 리더십은 최근 방한 일정 속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역시 식당’(치킨집)에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을 마시고 시민들과 격의 없이 스킨십을 나누는 황 CEO의 모습은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그의 소통 리더십은 재계 총수들도 변화시켰다. 평소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 회장님이미지가 강했던 재계 총수들은 황 CEO와 함께한 자리에서 시민들에게 아재 개그를 던지고 익살스런 농담을 건네는 등 평소와는 180도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이례적을 넘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 같은 변신은 많은 시민들에게 총수들에 대한 선입견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CEO의 모국인) 대만에서 이뤄진 소통 행보보다 이번 깐부 회동 반응이 더 폭발적이었다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흘러 나올 정도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시민에게 치킨과 감자튀김을 나눠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황 CEO와 총수들의 행보는 경제적 효과를 넘어서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날 SNS에서는 세 사람의 이름과 기업명이 태그된 게시글이 하루 만에 10만건을 넘겼다. 세 기업 모두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린 셈이다. 이는 소통의 리더십이 갖는 긍정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그동안 재계 총수들은 은둔형 리더십으로 소통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고 공식 행사가 아닌 경우 언론의 노출을 극도로 꺼리기 일쑤였다. 특히 성공한 기업인이 아닌, 재벌가에서 부의 승계로 정점에 올랐다는 세간의 인식이 재계 총수들의 행동 반경을 더욱 좁게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다. 푸근하고 인간적인 리더십을 경험한 지금, 한국의 총수들도 CEO의 소통 행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부의 대물림을 통해 총수 자리에 오른 것은 이제 모두 지나간 일이다. 총수들이 시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벌일 때, 한국 사회는 진정한 의미에서 친기업 사회가 될 수 있다. 젠슨 황으로부터 배울 것은 단지 기술만이 아니다. 
 
배덕훈 재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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