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당뇨병 염증 회로 끊는 물질 발견
음식이 만드는 장내미생물 TMA
새 약물과 치료법 개발의 문 열려
2025-12-10 10:16:38 2025-12-10 14:51:07
유럽과 북미 연구진이 이번주 발표한 연구 결과는 당뇨병 치료의 판도를 바꿀 만한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마크-엠마뉴 뒤마(Marc-Emmanuel Dumas) 교수와 벨기에 루뱅대(UCLouvain)의 파트리스 카니(Patrice Cani)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인슐린 저항성과 제2형 당뇨병과의 싸움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동맹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물질 ‘TMA(트리메틸아민, trimethylamine)’가 면역 단백질 IRAK4를 직접 억제해 염증을 낮추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대한 발견으로 당뇨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약물과 치료법 개발의 문을 열었다”고 강조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12월8일 실렸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장내 미생물을 형성하며, 이들이 생성하는 특정 분자들은 실제로 당뇨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세계적으로 5억명이 앓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1월 의료봉사단이 충북 보은군 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당뇨병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보은군 제공)
 
“TMA, 염증을 스위치처럼 꺼버려”
 
연구의 핵심은 IRAK4라는 단백질에 있습니다. IRAK4는 면역계가 위험 신호를 받았을 때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당뇨병은 서구형 고지방 식단을 오래 섭취할 경우 이 스위치가 항상 켜진 상태가 되면서 발병합니다. 이 만성 염증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과 제2형 당뇨병을 촉발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입증돼 왔습니다.
 
인간 세포 모델, 생쥐 연구, 분자 표적 스크리닝을 결합한 과학자들은 TMA가 IRAK4 단백질에 직접 결합해 그 활동을 차단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 결과, 고지방 식이로 유발된 염증을 직접적으로 줄이고 인슐린 감수성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건강에 해로운 부정적인 대사 반응을 재프로그래밍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발견은 해당 분자가 쥐에서 전신성 염증에 따른 패혈증 사망률을 차단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 발견은 영양과 우리의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함께 작용해 염증과 싸우고 대사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분자를 생성하는지 보여준다”고 파트리스 카니 교수는 힘주어 말합니다.
 
이번 연구는 20년 전 제기됐던 한 가설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2005년, 당시 젊은 연구자였던 파트리스 카니 교수는 고지방 식단이 장내 장벽을 허물어 세균 성분이 체내로 유입되고, 이 과정에서 염증이 생겨 당뇨병이 촉발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에는 ‘지나친 해석’이라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연구가 그의 주장을 지지했고, 이번 연구는 그 염증 회로를 자연적으로 끊어내는 ‘미생물-영양 대사 경로’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카니 교수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미생물을 바꾸고, 미생물이 만든 분자가 다시 우리의 면역·대사 상태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영양학과 면역학, 미생물학이 하나의 길로 만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TMA에 의한 IRAK4 억제가 고지방 식이(HFD)에 대한 대사 반응에 미치는 영향 개요. (이미지=Nature Metabolism)
 
이번 발견이 즉각 관심을 받는 이유는 IRAK4가 이미 제약업계에서 잘 알려진 약물 표적이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IRAK4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화학적 억제제를 투여해도 TMA와 동일한 대사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제약산업에서 이미 검증된 표적(IRAK4 단백질)을 통해 당뇨병 관련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TMA 자체를 활용하는 치료나 TMA를 더 많이 만들도록 돕는 영양·식품 전략, IRAK4 저해제를 이용한 신약 개발 등 이 세가지 접근이 모두 가능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장내세균-영양-면역 연결고리
 
이것은 ‘진정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것이 뒤마 교수의 설명입니다. 그는 “우리는 장내 미생물군집에서 유래한 분자가 실제로 나쁜 식습관의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발견은 당뇨병 관리를 위한 미생물군집 기반 치료 개입을 위한 새로운 표적 목록과 함께 흥미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이번 연구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5억명을 넘어섰습니다. 인구 고령화와 비만 확대를 감안하면, 2030년에는 6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은 단순히 약 하나를 찾은 수준을 넘어서, ‘무엇을 먹느냐가 어떤 미생물 대사물을 만들고, 그 분자가 어떻게 병을 막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강조합니다. 카니 교수는 “음식이 미생물을 만들고, 미생물이 우리 몸을 보호한다. 이것이 바로 ‘영양이 작동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번 연구는 벨기에, 프랑스,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등 7개국 연구팀이 동시에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연구는 유럽연구위원회(ERC), 웰컴트러스트, 프랑스 ANR, 벨기에 FNRS 등 다수 기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다룬 여러 의학 매체와 전문가들은 “IRAK4–TMA 경로는 향후 당뇨병뿐 아니라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지방간 등 광범위한 대사질환 치료의 핵심 타깃이 될 것”이라며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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