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한강버스 200일…안전관리 여전히 '낙제점'
인명구조장비 안내 방송, 출발부터 도착까지 없어
승선신고 안 해도 제재 없어…QR코드는 '링크 유실'
199명 정원인데 대기실은 20명만 들어가도 '만석'
출·퇴근보단 관광용…유람선 대비 '가성비'는 강점
2026-01-15 16:25:33 2026-01-15 16:25:33
[뉴스토마토 김현철·전연주 기자] 한강버스가 16일 운항 200일째를 맞습니다. 지난해 7월1일 시범 운항을 시작한 후 한강버스는 좌초 사고와 고장 등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일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점차 서울시민의 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도 나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월14일 직접 한강버스에 직접 몸을 실었습니다. 출·퇴근용 대중교통으로 제 역할을 하는지, 그간 논란이 됐던 안전 문제는 나아졌는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장 취재 결과 정시성과 부대시설에선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안정성과 운영 시스템 등에선 허점이 보였습니다.
 
<뉴스토마토> 기자들이 책정한 한강버스 탑승 후기 별점. (그래픽=뉴스토마토)
 
안전 방송 없이 출발?…'법정 의무' 위반
 
오전 9시 마곡선착장. 기자 2명을 포함해 103호(한양도성호)에 오른 승객은 단 3명이었습니다. '유선 및 도선 사업법' 제16조 2항은 도선사업자와 선원이 출항 전 승객에게 안전한 승선·하선 방법, 인명구조장비 사용법, 유사 시 대처요령 등을 영상이나 방송으로 안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런데 출발부터 도착까지 안전 관련 방송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한강버스 측도 이런 법적 의무가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탑승구에 게시된 안내문에는 법 조항 그대로 "도선사업자와 선원은 출항하기 전에 승객에게 안전한 승선·하선 방법, 선내 위험구역 출입금지에 관한 사항, 인명구조장비 사용법, 유사 시 대처요령 등 안전에 관한 사항을 영상물 상영 또는 방송 등을 통하여 안내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게시해놓고 지키지 않은 셈입니다.
 
사고가 나면 승객이 구명조끼를 어디서 꺼내 어떻게 착용해야 하는지, 비상탈출구는 어디인지 알아야 합니다. 안전 안내 없이 운항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주의의무 태만'으로 사업정지나 면허취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한강버스는 최대 199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만큼, 안전 안내 부재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오후 6시, 20명 정도가 탑승했던 102호(남산서울타워호) 역시 안전 방송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위험 구역 안내는 선실 밖으로 나가는 승객에게 안전관리 인력이 직접 다가와 "펜스에 기대지 말라"고 경고하며 주의를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1월14일 오전 9시 마곡선착장을 출발한 선박에서 안전요원이 승선신고를 해달라며 QR코드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승선 신고 '알아서'…세월호 교훈 잊었나
 
승선신고서는 큐알(QR)코드를 스캔해 작성하는 방식입니다. 오전에 탔던 103호는 탑승객이 적어서인지 직원이 직접 일일이 QR코드를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오후였습니다. 6시 여의도발 노선에서 기자가 일부러 승선신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탑승해봤습니다. 아무런 제재도 없었습니다. 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엔 관리가 무너진 겁니다. 
  
승선신고는 단순한 절차가 아닙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승선자 명부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아 탑승 인원 파악에 큰 혼선을 빚었던 뼈아픈 사례가 있습니다. 승선자 명부는 사고가 나면 구조 인원을 파악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입니다. 한강버스도 최대 199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만큼, 승선신고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면 만일의 사고 때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황당한 건 또 있었습니다. 좌석 앞엔 '안전 유의사항 QR코드'라는 것이 붙어 있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확인해보려고 QR코드를 스캔했더니 '유실된 링크'라는 문구만 떴습니다.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언어 장벽도 문제가 됐습니다. 오후 6시 여의도발 노선엔 승객 약 20명이 탔는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었습니다. 이날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탓에 선박 내 화장실은 동파 위험으로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탑승 전 화장실을 미리 이용하라는 안내가 있었으나 외국어 안내는 없었습니다. 승선신고서 작성 방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외국어로 안내되는 건 출발과 도착 정보 정도뿐이었습니다.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외국인 승객들은 적절히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한강버스 내 안전 유의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표시된 QR코드를 스캔하자 유실된 링크라는 메시지만 나온다. (사진=뉴스토마토)
 
정시성 '합격점'…다만 '조기 출발'은 문제
 
한강버스가 서울시민의 발이 되기 위해선 정시성이 필수적입니다. 사전에 계획된 운항 일정에 따라 실제로 움직이는지, 정해진 출발 시간이나 도착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등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살핀 한강버스의 정시성은 대체로 양호했습니다. 실제로 오전 9시 마곡을 출발한 배는 9시26분 망원, 9시47분 여의도에 정시 도착했습니다. 오후 6시 여의도발 노선도 예정보다 일찍 망원에 닿았습니다.
 
하지만 허점은 엉뚱한 곳에서 드러났습니다. 망원선착장에서 오후 6시26분에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대기 승객이 없다는 이유로 6시22분쯤 임의로 선착장을 떠나버린 겁니다. 한강버스 운영 규정에 따르면 출발 10분 전부터 승차를 시작, 출발 2분 전에 탑승교를 철수해야 합니다. 규정대로라면 최소 6시24분까지는 선착장에서 대기했어야 합니다. 예정된 시간에 맞춰 도착한 승객이 있었다면 꼼짝없이 배를 놓칠 수밖에 없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대기실 20명이면 꽉 차…199명 정원과 동떨어져
 
부대시설은 대체로 쾌적했습니다. 선내와 선착장 화장실도 깨끗했습니다. 다만 선착장 화장실의 경우 공간이 좁아 승객이 몰리면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서울시가 출·퇴근용 교통수단으로 내세웠던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워 때 그 많은 시민들을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대기실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출발 10분 전 대기실로 이동하는데, 20명쯤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협소했습니다. 한강버스 정원 199명과는 한참 동떨어진 규모입니다.
 
접근성은 '천차만별'…망원은 지하철까지 30분
 
한강의 지리적 특성상 선착장과 주요 시설 사이엔 둔치가 넓습니다. 배에서 내린다고 출근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마곡선착장은 양천향교역에서 도보로 약 10분이 걸렸습니다. 연계 셔틀버스가 있기는 한데 운행 간격이 불규칙해 보였습니다. 여의도선착장은 여의나루역까지 도보 3분으로 접근성이 양호했습니다. 다만 주변 업무단지까지 가려면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망원선착장이었습니다. 주변 지하철역까지 도보로 약 30분이 걸리는데, 셔틀버스도 없었습니다. 취재진이 한강버스를 이용했던 14일은 마침 시내버스 파업으로 버스도 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접근성의 한계 때문인지 이날 망원선착장을 이용하는 승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퇴근보단 관광용…유람선 대비 '가성비'는 강점
 
같은 시간 지하철 양천향교역에서 여의나루역으로 가려면 지하철로는 약 25분이 걸립니다. 한강버스는 마곡선착장에서 여의도선착장까지 47분이 소요됐습니다. '출·퇴근 대중교통'을 표방하기엔 시간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날 선착장에서 만난 승객 대부분은 출·퇴근용이 아니라 관광용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에 외국인이 몰린 것도 한강버스를 타고 야경을 즐기려는 수요가 컸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전체 운항이 아닌 부분 운항만 하고 있는 탓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관점을 바꿔 관광용으로 본다면 가성비는 강점입니다. 여의도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서울크루즈 유람선의 경우, 가장 저렴한 '데일리 크루즈'가 대인 2만5000원입니다. 여의도에서 성산대교까지 왕복 60분 코스인데, 중간에 내릴 수 없습니다. 야간 불꽃쇼가 포함된 '나이트 크루즈'는 대인 4만9000원입니다.
 
반면, 한강버스는 마곡에서 여의도까지 편도 3000원, 왕복 6000원이면 됩니다. 여의도에서 내려 여행을 즐긴 뒤 다시 야경을 보며 마곡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편도 47분, 왕복해도 2시간이 채 안 됩니다. 출·퇴근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은 아직 물음표지만, 저렴한 한강 관광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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