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MG손해보험(현 예별손해보험) 정리를 위해 도입된 가교보험사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과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체계 아래 대형 손보사와 잠재 인수자들이 부담을 느끼면서 매각 향방이 더 불투명해졌습니다.
23일 예별손보 예비입찰 마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12월 재매각에 돌입한 예별손보의 예비입찰을 오는 23일 오후 5시에 마무리 지을 예정입니다. 이날까지 인수 희망자들의 인수의향서를 접수 받고 적격성이 검증된 희망자에 한해 5주가량 실사 기회를 부여한 이후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인수 희망자는 회사 지분을 전부 인수하는 방식의 주식매각(M&A) 또는 예별손보의 모든 보험계약 부채 및 우량자산 등을 전달받는 계약이전 방식 중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개매각도 무산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보험 계열사 흥국화재를 통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던 태광그룹은 최근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의향서는 제출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전해졌습니다.
예보에서는 예비입찰 마감 당일까지 인수 성사나 실패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예보 관계자는 "잠재 인수자들이 검토하는 것도 서류 단계일 뿐이고 보통 예비입찰 마감 당일에서야 인수의향서가 접수된다"며 "매각 공고를 띄우고 주관사가 인수 가능한 기업들에 안내해 의사를 물어보면 내부적으로는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 직전까지도 외부에 얘기해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끝내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예별손보가 보유한 보험계약은 올해 말까지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주요 5대 손보사로 이전됩니다. 앞서 예보는 계약이전을 위해 계약 차등분배 기준 마련을 위한 작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초 도입 가교보험사, MG손보 정리 실험대
예별손보는 예보가 100% 출자해 지난해 6월 설립한 가교보험사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받아 보험계약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적기시정조치 격상에 따라 급속도로 부실화돼 청산 절차를 밥게 된 MG손보가 매각에 난항을 보이자 1차적으로 자금을 투입한 예보에서 신속한 매각을 전제로 도입한 부실 금융사 정리 시스템으로 이번이 최초 도입입니다.
MG손보는 2001년(국제화재보험), 2012년(그린손해보험)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받으며, 재무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았습니다.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2012년)와 새마을금고중앙회(2013년)를 거쳐 JC파트너스(2020년)가 인수해 운영했지만, 결국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며 2022년 4월 또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선정된 후로도 3년간 다섯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2024년 하반기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를 추진했다가 MG손보 노조가 고용 유지를 문제로 반발해 지난해 3월 최종 협상이 무산되면서 예별손보를 통한 정리 수순으로 넘어갔습니다.
이후에도 예보는 예별손보의 인수 매력을 높이려고 부실자산을 걷어내고 부채 상당 부분을 정리하는 등 재무 부담을 낮췄습니다. 또한 보험계약과 우량자산 중심의 계약이전으로 자산건전성을 개선시켜 빠르게 매각 작업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매각 지연될수록 부실 커져
본래 예별손보는 5대 손보사에 계약을 이전하면서 단계적으로 부실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매각을 꿈꿨는데요. 노조가 힘을 받는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노동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조 측의 입장으로 재매각을 시도하면서 정리 작업이 지연되는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정리가 미뤄지면서 가교보험사 시스템이 초기 의도와 다르게 부실 증폭 장치로 전환되는 형국입니다. 예보의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예별손보의 인수 매력도는 낮아지는 역설에 빠지면서 예보는 물론, 인수 희망자와 대형 손보사 등 손실 부담의 귀착 지점이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보에선 5대 손보사를 섭외해 계약이전 하려고 했더니 정권이 바뀌어서 다시 한번 매각해보자고 하는 바람에 부실 금융기관 정리 절차 중에서도 굉장히 지연되는 사례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예별손보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가교보험사를 설립해 손실이 더욱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부실 금융기관 정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부실이 좀 심화되는 것은 당연히 있는 현상"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1년 8월 발표한 부실정리계획 관련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제3자 계약이전 및 인수·합병(M&A)는 법적·경제적 인수 가능 주체의 제한으로 금융사가 부실화되더라도 시장 여건에 따라 단기간 내 활용되기 어려워 시스템적 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계약이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사들도 IFRS17, K-ICS에 따라 후순위채나 부실자산이 부채로 넘어오면서 발생할 자본손실을 지양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인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날이 보험업권에 대한 회계 및 자본 적정성 감독은 강화되는 한편, 부실자산 정리에 따른 자산 변동성이 감독당국의 기준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누군가 (정리 방향에 대해) 교통정리를 잘할 수 있었으면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다"면서 "(보험사 자본 감독에 대한 일시적 특혜 등) 그런 것도 없는데 누가 인수하겠나. 베네핏이 주어질 만한 그것조차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의 MG손해보험 본사.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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