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상법 개정으로 주주 보호 장치가 강화됐지만, 주가를 의도적으로 억누르는 '주가 누르기'와 고의적인 상장폐지 문제는 여전히 자본시장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국회와 금융당국, 시장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추가 제도 보완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습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상법 개정 이후 남은 주주 보호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의원은 환영사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제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일부 기업들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맞춰 정관을 개정해 예외 조항을 근거로 의무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예외 조항이 상장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난주 발의했다"며 "논의된 의견들이 향후 입법 과정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 충실의무 명확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집중투표제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한국 주식 재평가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축사를 통해 시장 신뢰 회복과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승철 삼일PwC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의 주가 누르기 방지 제도와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그는 단순 규제 중심 접근이 아닌 시장 기반 기업가치 제고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은 기업이 자본비용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초과하는 수익을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자본비용 등을 공개하고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PBR 1배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시장 압력을 통해 기업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한다"며 "이러한 방식은 기업이 스스로 주가를 관리하고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도록 만든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주가 누르기 문제는 정보 비대칭과 낮은 주주환원 정책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투명한 공시와 투자자 소통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국내 역시 단순한 규제 중심이 아니라 자본비용 공시와 시장 압력을 통한 자율적 가치 제고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대동전자 사례를 중심으로 고의 상장폐지 문제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대동전자는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기업임에도 감사 자료 미제출로 3년 연속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며 "이는 실질적 부실이 아닌 '감사의견 구조'를 활용한 상폐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감사의견 변형을 통한 상장폐지는 대주주에게 공개매수 부담 없이 소수주주를 축출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한다"며 "현행 제도는 이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상장폐지로 인한 주가 하락 손실은 간접손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손해배상이 쉽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소수주주가 피해를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감사 자료 미제출과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부족하다"며 "외부감사법 개정을 통해 자료 은폐나 미제출에도 외부 조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감사 의견 미달로 인한 소수주주 손해에 대한 회사와 임원의 배상책임 규정 신설 △감사의견 미달로 인한 상장폐지 시 재상장 제한 △소수주주 축출 수단 '지배주주 매도청구권 제도'로 일원화 △지배주주 매도청구권 및 소수주주 매수청구권 제도 개선 △주식 매수가액 결정 제도의 개선 등을 제안했습니다.
이날 토론은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습니다. 토론에는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편은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미정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 홍동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이 참석해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상법 개정 이후에도 시장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주주권 침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시장법과 거래소 규정 등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정문 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상법 개정 이후 남은 주주 보호의 과제' 토론회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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