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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송혜림 기자]
한글과컴퓨터(030520)의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이 당초 계획보다 낮아 주주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급한 배당 총액이 처음 공언한 잉여현금흐름(FCF)의 최소 기준을 하회하거나, 턱걸이로 준수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금 창출력이 약화했음에도 경영진은 성과급 중심의 보수 체계 개편을 통해 수억원대의 고액 보수를 수령하고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행보를 보여 시장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컴 로고. (사진=IB토마토)
FCF 기준 최소 배당 목표 하회하거나 턱걸이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2023년 말 공정 공시를 통해 3개년(2023년~2025)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의 25~30%에 해당하는 재원을 최소 배당 규모로 집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FCF는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비용(CAPEX)을 뺀 여유 현금이다.
다만 한글과컴퓨터가 실제 이행한 배당 액수는 목표했던 배당금액과 거리가 있다. 공정공시에서 밝힌 대로 FCF의 최소 기준 25%를 맞춰 배당했다면 연간 배당 총액은 최소 ▲2023년 125억원 ▲2024년 115억원 ▲2025년 95억5000만원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배당 총액은 2023년 97억8060만원, 2024년 98억6839만원, 2025년 95억5096만원을 기록했다. 기업의 외형 확장과 관계없이 배당 총액을 100억원 내로 유지한 것이다. 턱걸이로 최소 배당 기준을 맞춘 2025년을 제외하면 2023년은 목표치보다 21.8%, 2024년은 14.2% 차이가 난다.
배당은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이뤄진다. 다만 공정 공시로 배당 목표를 발표했다면 주주 환원 약속을 외부에 공언한 것과 같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배당 공시는 실제 안 지키면 번복사항으로 간주하여 불성실 공시로 제재 대상 될 수 있다"면서 "다만 무조건 지정은 아니다. 면책 사유가 있으면 배제하고 기업별로 자세히 조사하여 판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배당과 관련된 공정 공시는 대부분 경영환경 및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독소 조항이 담겨 있어 지적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배당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주당배당금(DPS)은 2023년 410원에서 지난해 400원으로 낮아졌다. 배당 성향은 2023년 64.9%에서 2024년 71.1%로 올랐으나 2025년 27.8%로 다시 떨어졌다. 주주의 돈으로 얼마나 순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동기간 4.6%에서 9.6%로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순이익 증가에도 배당 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영했음을 알 수 있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FCF 감소에도 400원을 최소 배당 수준으로 유지했다"라고 설명했다.
매출 채권 증가·이자 수취 감소로 FCF는 감소세
한글과컴퓨터가 최근 3년간 가파른 실적 성장을 이뤘던 점을 고려하면, 그간의 배당 행보는 아쉽단 지적이 나온다. 한글과컴퓨터는 2024년부터 인공지능(AI)을 결합한 구독형 문서 편집 서비스 '한컴독스AI', AI기반 솔루션 '한컴어시스턴트', '한컴피디아'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외부 수주를 확대했다.
이에 따른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2711억원에서 3267억원으로 2년 새 20.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동기간 275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246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보통 기업은 당기순이익 확대 흐름에 맞춰 단계적으로 현금배당을 늘린다. 실제 한글과컴퓨터 배당의 재원이 되는 미처분이익잉여금도 25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늘었다.
다만 한글과 컴퓨터의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569억원에서 431억원으로 줄었다. 배당의 기준으로 삼은 별도 기준 FCF는 CAPEX 증감과 관계없이 500억원에서 382억원으로 감소했다.
현금흐름이 약화한 배경을 살펴보면 이자 수취액이 44억원에서 24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외상 판매 대금을 의미하는 매출채권도 226억원에서 281억원으로 늘며 현금이 묶였다. 매출채권회전율은 5.2%에서 8%로 상승하며 현금으로 전환되는 속도는 느려졌다.
외형 확장에 임원진은 '고액 보수'
주목할 만한 점은 현금 창출력이 약해져 배당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와중에도 임원진들은 매해 고액 보수를 수령했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취임한 김연수 대표는 2024년까지 보수 총액 5억원 이하였다. 다만 지난해 4월부터 성과급 중심 보수 체계로 전환하며 지난해 총 15억2500만원을 받았다. 실적 기반 성과급과 보수체계 전환에 따른 성과급 등, 임원 휴가비 등을 합산하면 지난 한 해에만 상여금 13억원6600만원을 수령했다.
여기에 한글과컴퓨터가 지난해 6월 자사주를 처분한 직후에는 하반기에 총 4차례에 나눠 보통주 4만9781주를 장내외 매도하기도 했다. 매도 차익만 약 13억8520만원으로 총 보수와 합산하면 30억원에 이른다.
이어 변성준 대표도 2023년 7억 1700만원에서 지난해 1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 보수를 받았다. 성과급 규모는 약 5억 6300만원에 이른다. 김상철 사내이사도 동기간 15억900만원에서 지난해 16억1300만원으로 늘어난 보수를 수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외이사가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는 '거수기' 전락 현상은 여전했다. 한글과컴퓨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반대표’가 나온 적은 3년간 단 한 건도 없었다. 경영진 감시라는 본연의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연봉만 늘어난 셈이다.
한편,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공정 공시를 통해 올해 별도 기준 매출은 2100억원, 영업이익은 6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9.7%, 17.9% 증가한 수치다. 현재 매각을 검토 중인 한컴인스페이스도 연내 팔릴 경우 추가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향후 주주환원 계획은 내부 검토와 전략 수립,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내부 결정이 완료되는 대로 신속하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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