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갇힌 한국 선박 ‘이러지도 저러지도’
이란, 지정 항로 어길 경우 ‘군사 대응’ 경고
선박들, 현지서 식량 충당…기약 없는 대기
2026-05-06 11:32:18 2026-05-06 12:00:03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호르무즈 해협에서 HMM(011200) 소속 벌크선 ‘나무호’가 피격으로 추정되는 폭발과 화재를 겪은 가운데, 인근 해역에 갇힌 한국 선박들의 고립이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두 달 가까이 대기 상태가 이어지는 사이 이란은 사전 통행 허가제를 공식화하며 해협 통제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고, 미국은 피격 원인을 한국 선박의 독단 행동 탓으로 돌리며 책임론까지 제기하는 형국입니다. 중동 노선 운항 중단과 맞물려 유가 상승과 보험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해운업계는 뾰족한 해법 없이 애만 태우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9월 광저우에서 열린 HMM 나무호의 진수식. (사진=한국선급)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전방위로 강화하며 무력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5일(현지시각) 이란 당국이 사전 통행 허가를 받아야 하는 해상 규제를 공식 가동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혁명수비대 해군사령부 역시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란이 지정한 항로만을 이용하라”며 “어기면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란 의회는 적대국이 아닌 일반 선박에 통행료를 징수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관련 선박의 통행을 영구 금지하는 법안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미국은 도리어 선박 구출 작전을 멈추고 한국 측에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행사에서 나무호를 겨냥해 “그들은 선박의 대열에 없었고 혼자 행동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탈에 따른 결과라고 일방적으로 기정사실화했습니다. 또 ABC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자국 선박이 공격받은 한국 역시 무관한 국가를 향한 이란의 발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하는 작전에 합류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상선 탈출을 돕던 ‘해방 프로젝트’를 하루 만에 일시 중단한다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습니다.
 
피격 공포가 덮친 국내 해운업계는 기약 없는 대기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해협 내측에는 한국 선박 26척과 전 세계 1000여척 이상의 선박이 두 달째 갇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HMM 관계자는 “화재가 난 선박은 예인선을 통해 인근 항만으로 옮겨져 조사를 받을 예정이며 수리에 들어가게 되면 선원들은 하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호즈무즈 해협 선박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갇혀 있는 선사들은 중동 사태로 인한 해상 운임 상승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한 채 실적 타격만 입고 있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는 3월 초 전쟁 이후 중동 지역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며 “실질적으로 중동 노선의 운임이 올라도 운항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득을 보는 것은 없고 오히려 유가가 많이 뛰어 비용 부담만 커진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전쟁 지역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보험료를 계속 내고 있고 지속적으로 비용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극도의 불안감 속에 선원들이 하선을 요구할 경우 이를 대체할 인력 수급도 현실적인 장벽에 막혀 있습니다. 선원법상 항해 중 선원이 하선을 희망하면 선사는 비용과 책임을 지고 거주지까지 송환해야 합니다. HMM 관계자는 “선원들 본인이 원해서 하선하겠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내릴 수 있고 계약상 위약금이나 불이익은 없다”며 “본인들이 하선 의사를 밝히면 한국으로 돌아오면 되지만 아직까지 그런 의사를 밝힌 선원은 없다”고 했습니다.
 
사태가 악화하고 있지만 선사나 정부 차원에서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입니다. 갇혀 있는 선박 내 선원 식량과 연료는 인근에서 해당 물자들을 수급해 주는 현지 업체들을 통해 충당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뭔가를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마음대로 빼내올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선사가 개별적으로 움직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외교적인 문제”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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