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최근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에선 시설물 안전점검에서 'D등급'(미흡) 평가를 받은 교량이 9곳이나 되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 후 노후 교량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후 시설물에 대한 선제적 안전 조치가 시급하고, 30년이 지난 다리는 철거·교체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 5월31일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수내교 아래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1일 국토교통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을 확인한 결과, 경기도에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에 따라 D등급 판정을 받은 교량은 총 9곳인 걸로 나타났습니다. 수도권에서 D등급 다리가 있는 걸로 확인된 지역은 경기도가 유일합니다. D등급은 교량 하중을 지지하는 핵심 뼈대에 결함이 발생, 긴급한 보수·보강 등 즉각적 안전 조치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문제의 9곳 교량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교 △처인구 천리2교 △성남시 분당구 수내교 △평택시 금암교 △여주시 당산교 △양평군 양근교 △양평군 연다교 △고양시 일산동구 장진제1교 △가평군 천리교 등입니다.
"이용하기 무서워"…시민들 '안전 불신' 커
대표적으로 위험성이 지적되는 교량은 성남시 분당구 수내교입니다. 수내교는 2023년 4월 발생한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붕괴 사고 이후 E등급을 받아 통행이 금지됐습니다. E등급은 D등급보다 더 심각한 단계로,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개축을 진행해야 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후 정밀진단 과정을 거쳐 현재는 D등급 상태에서 개축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를 위해 성남시청은 수내교에 가설 교량을 설치하고 그쪽으로 통행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개축 공사는 2027년 7월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수내교 아래 탄천 일대엔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이 조성돼 있습니다. 수내교 밑으로 많은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차량이 다리를 지나갈 땐 삐그덕대면서 교량 구조물이 흔들리는 소리가 발생했습니다.
인근을 지나던 김시혁(65)씨는 "정자교 사고 이후 다리 아래로는 잘 다니지 않으려고 한다. 차량들이 지나가는 교량이 너무 부실해 보여서 다리 밑을 지나가는 것도 무섭다"면서 "정자교도 사고 전에는 안전하다고 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무너져서 사람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김성배(40)씨도 "자전거를 타고 수내교 아래를 자주 이용하는데 다리 위에서 삐걱거리고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서 섬뜩할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1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교 위를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용인시 기흥구 공세교도 보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취재팀이 교량을 직접 확인해 보니 구조물을 이루는 각종 금속 자재엔 녹이 슬었고, 시멘트에도 균열이 가 있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다리는 인근에 위치한 기흥초등학교 학생들의 등하굣길로 사용되고 있어 안전 문제에 특히 주의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현재 용인시청은 안내판을 부착해 다리 사용을 경고하고 있지만, 그것 외에 별다른 조치는 없었습니다.
인근에 거주하는 신모(59)씨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차량도 자주 다니는 도로인데 최근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다. 자칫 아이들이 이용하다 사고라도 발생하면 어쩌냐"라면서 "시청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지만, 조속히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용인시 처인구 천리2교도 D등급 교량입니다. 이에 대해 용인시청 관계자는 "D등급을 받은 교량들은 보수·보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공세교는 올해 내로 보수 작업을 마쳐 시민들이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려 한다"면서 "문제점들을 보강해 D등급을 C등급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1일 경기도 평택시 금암교 위를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D등급 원인은 '노후화'…"철거·교체 필요해"
D등급을 받은 경기도내 다른 교량들 상태도 수내교·공세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리들이 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은 이유로 '관리 부실'보다 '시설 노후화' 문제를 짚었습니다.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많은 다리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교량을 지지하는 구조물에 하중이 누적되고, 내부 철근 부식과 균열이 발생하면서 안전성이 낮아진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D등급 판정을 받은 교량 9곳 가운데 7곳은 '시설물 노후화 기준'인 3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여주시 당산교와 양평군 양근교는 1975년에 만들어졌고, 평택시 금암교는 1983년, 고양시 장진제1교와 가평군 천리교는 1992년에 설치됐습니다. 성남시 수내교는 1993년, 용인시 공세교는 1995년 준공됐습니다.
지난달 26일 붕괴된 서소문 고가차도 역시 1966년 지어졌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노후 교량에 대해선 신속한 안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단순한 보수·보강 차원이 아닌 철거와 교체가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 관계자는 "교량은 준공 30년 이상이 지나면 구조물의 버티는 힘이 약해지고, 시멘트와 철근 등에 이물질도 끼게 되면서 단차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비가 와서 수분이 교량 내부에 침투하거나 겨울철 미끄럼 사고를 방지하려고 뿌리는 염화칼슘 등은 시멘트와 철근의 노후화를 가속시킨다"면서 "안전을 위해선 예산을 아끼지 말고 안전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기범 경일대학교 건축토목공학과 교수도 "D등급으로 판정됐다는 것 자체가 안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신속한 철거·교체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예산인데, 지방자치단체별로 예산이 충분하지 못해 시설물 교체 작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되는 교량 등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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