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이명신 기자] 이재명정부가 출범한지 4일로 1년을 맞습니다. ‘친노동’ 기조가 뚜렷했던 탓에 출범 초기 재계의 우려가 컸지만,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라는 국정 철학 아래 시행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투명성 강화 정책 등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훈풍을 타고 역대급 수출과 증시 고공행진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중동 전쟁 등 대외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원팀’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실용적 시장주의’ 기조는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재계 안팎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 시행에 대한 여전한 현장의 불안감과, 이에 맞물린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하투’ 조짐 등은 후속 정책 마련을 통해 보완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 참석해 취임사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는 4일 출범 1주년을 앞둔 이재명정부를 바라보는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은 ‘합격점’으로 요약됩니다. 출범 초기 ‘친노동’ 기조에 따라 팽배했던 대기업 규제 우려를 걷어내고 ‘실용적 시장주의’ 국정 철학에 따른 유연한 정책으로 경제 성장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는 평가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현정부 출범 초기 기업들은 ‘친노동 기조, 반기업 정서’를 우려했지만, 실제로는 산업에 굉장히 도움을 주고자 하는 스탠스가 많이 느껴졌다”며 “이러한 기조가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민·관 ‘원팀’으로 위기 극복
재계가 이재명정부의 지난 1년에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부분은 단연 ‘대외리스크 대응’입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미국의 관세 정책, 중동 전쟁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소통을 통한 ‘원팀’ 협력으로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평가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관세 협상 타결을 이끈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일명 ‘마스가 프로젝트’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맞손을 잡고 통상 압박에 공동 대응함으로써 수출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해소했습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민관이 합심해 관세 협상을 타결한 것은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낮추고 통상 환경 안정에 기여했다는 결과로 이어져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대외리스크 해소는 때마침 찾아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역대급 수출 기록 달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의 5월 수출액은 877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6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12개월 연속 월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1~5월까지 무역수지 흑자는 벌써 1000억달러를 넘어서며 2017년에 기록한 연간 최대 실적(952억달러)을 갈아 치웠습니다.
“코스피 8000시대, 현정부 성과”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투명성 강화 정책도 가시적 성과의 한 축으로 꼽힙니다. 3차례에 걸친 은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발판이 됐습니다. 이를 통해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는 등 전례 없는 증시 활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상법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재계 내부 신중론이 있지만, 코스피 8000 시대를 여는 등 주가 상승은 현정부의 성과가 분명하다”고 언급했습니다.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재명 정부 정책은 특정 이념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경제 형벌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나오자 “배임죄가 남용되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점에 대해 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제도적 개선을 과감하게 추진한 점이 대표적입니다.
실용 노선은 ‘친노동’ 기조에도 색다른(?) 유연성을 부여했습니다. 정부 역점 입법인 노란봉투법을 통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하는 등 노동계의 숙원을 속전속결로 풀어낸 반면, 삼성전자 파업이 임박하자 노동계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작심 비판’에 나섰고 결국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파국을 막았습니다. 대기업 한 임원은 “현정부 1년을 돌아 보면 전반적으로 우려했던 것보다는 굉장히 국정 운영을 잘 한 것 같다”며 “이 대통령이 확실한 실용주의자로서 행정 능력을 보여준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이재명정부는 진보 정권이지만 역대 정부와는 달리 실용적인 측면에서 확실한 차별화가 있었다”며 “상법 개정과 같은 공정 경제 정책을 적극 추진했지만,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 앞에서 정부 역할을 보면 보수 정권의 색채도 강해, 명분과 이상보다는 철저하게 실용을 택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노란봉투법·성과급 갈등은 과제로
다만,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의 불안감 등 노동 정책 분야에서는 재계의 긴장감이 여전히 팽배합니다. 시행 초기 예상됐던 큰 혼란은 없었지만, 여전히 사용자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탓에 향후 혼란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더욱이 최근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에 따른 여진이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하투’ 등 극단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기업 다른 임원은 “대기업은 사업부가 나뉘어 있어 영업이익 차이가 나는 곳이 많아 올해 임금협상을 계기로 삼성전자처럼 노노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노란봉투법 규제와 맞물려 기업이 앞으로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했습니다. 한 그룹사 임원은 “현실적으로 기업들에게 너무 불리하고 현장 상황에 안 맞는 규제는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노란봉투법 역시 성과급과 연계되는 파장이 큰 까닭에 실용주의를 통한 유연한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인근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원청교섭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기업들이 우려하는 노란봉투법은 정부가 쌓인 판례를 토대로 정책 유연성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에 더해 향후 AI와 한국의 전통 제조업을 묶는 혁신 경제 정책과 최근 화두로 떠오른 대기업 초과이익 분배 문제 등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이명신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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