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소외 진단)①기술특례의 역설…'졸업 시장' 된 코스닥
알테오젠까지 떠나나…커지는 코스닥 이탈 우려
구주매출·FI 회수 반복…기술특례 취지 흔들
"코스닥 평판 리스크 커져"…시장 구조 정비 필요
2026-06-08 18:03:36 2026-06-08 18:23:49
최근 코스피 지수가 반도체 투톱의 랠리와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급등했지만, 한국 증시의 또 다른 축인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됐습니다. 우량 혁신기업들은 코스닥을 성장의 종착지가 아닌 코스피로 가기 위한 '임시 정거장'쯤으로 여기며 짐을 싸고, 그 빈자리는 무분별한 자금 조달과 회계 부정으로 소액주주의 뒤통수를 치는 한계기업들이 채우며 증시 체력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총 3회에 걸친 '코스닥 소외 진단' 기획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아픈 손가락이 된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심층 해부합니다. 혁신 기업의 성장 사다리에서 대주주와 재무적 투자자(FI)의 엑시트 창구로 변질된 기술특례상장의 역설(1부)을 시작으로, 거버넌스 불신이 낳은 극단적 수급 블랙홀과 '대주주의 ATM'이 된 시장 실태(2부)를 고발합니다. 나아가 반도체 착시효과에 가려진 '관치 밸류업'의 한계를 짚고, 정치적 풍향계와 무관하게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불가역적이고 근본적인 자본시장 개혁 방안(3부)을 모색합니다.(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이재영·김주하 기자] 코스피가 반도체 중심 강세 흐름 속에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코
(그래픽=뉴스토마토)
스닥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기술특례상장으로 성장한 대표 기업들마저 잇따라 코스피 이전을 추진하면서 '코스닥은 혁신기업 성장 시장인가, 코스피로 가기 전 임시 정거장인가'라는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였던 지난해 6월 2700선 수준에서 최근 8600선대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 750선에서 1000선대로 오르는 데 그쳤고 한때 1200선을 넘긴 뒤 다시 밀려나며 상대적 부진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이날 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29% 내린 7484.41에, 코스닥은 9.08% 하락한 911.39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유동성이 반도체와 코스피 대형주 중심으로 쏠리면서 코스닥 시장의 존재감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처럼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자, 코스닥을 든든하게 받쳐주던 우량주마저 코스피로 짐을 싸는 '엑소더스(대규모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기업인 알테오젠(196170)의 코스피 이전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장 구조를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됐습니다.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이 정작 시장 안착보다 대주주와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기술특례상장은 연구개발(R&D) 역량과 기술성을 인정받으면 적자 상태의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산업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며 성장하는 기반 역할을 해왔습니다. 실제로 바이오와 이차전지, 로봇 업종 상당수가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특례상장이 혁신기업 성장 사다리라는 본래 취지보다 투자금 회수 시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상장 과정에서 대규모 구주매출을 진행했고 보호예수 해제 이후 벤처캐피털(VC)과 재무적 투자자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 급락 사례도 반복됐습니다.
 
기업의 펀더멘털보다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부담이 주가를 흔드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기업을 키워 장기투자 문화를 만드는 시장이 아니라 상장 이후 회수 타이밍만 남은 시장처럼 변질됐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일부 기술특례 기업들은 상장 직후 고평가 논란과 함께 주가 급락을 반복했고 개인투자자 피해 사례도 이어졌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특례 역시 결국 경영주의 책임과 역량이 중요하다"며 "기업의 기술력과 영업이익 같은 정량 지표뿐 아니라 경영진 역량과 시장 신뢰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과정에서 코스닥 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기업들이 더 높은 기업가치와 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코스피 이전을 선택하는 흐름도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알테오젠 사례 역시 단순한 개별 기업 이전 문제가 아니라 코스닥 시장 구조 자체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로는 셀트리온(068270)이 꼽힙니다. 셀트리온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지만 지난 2018년 코스피로 이전했습니다. NHN(181710) 역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거쳐 지난 2008년 코스피로 옮긴 바 있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지수 영향력 약화와 수급 위축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습니다. 최근 알테오젠까지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비슷한 우려가 다시 확산하고 있습니다.
 
코스닥협회와 벤처업계가 공개적으로 이전상장 만류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벤처기업협회와 코스닥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지난달 호소문을 통해 "코스닥은 단순한 자금조달 시장이 아니라 혁신 벤처기업이 도약하는 플랫폼"이라며 "선도기업이 시장에 남아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투자자 신뢰와 후속 기술기업의 도전, 모험자본 유입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밝혔습니다.
 
우량기업 이탈이 반복될 경우 코스닥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특례상장이 결국 코스피 이전을 위한 통로로 인식될 경우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과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코스닥이 혁신기업 육성 시장이 아니라 '코스피 예비 시장'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옵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 코스피 이전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도 존재합니다. 같은 실적과 성장성을 갖고 있어도 코스피 상장 기업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고 기관 수요와 외국인 접근성에서도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 코스피200 편입 여부에 따라 연기금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이전상장 유인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이 혁신기업 성장 통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최근에는 상장 이후 시장 안착보다 초기 투자자 회수 기능이 더 부각되는 분위기"라며 "구주매출과 보호예수 해제 물량 부담, 코스피 이전 사례가 반복되면서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량기업 이탈이 반복될 경우 코스닥 시장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코스닥이 혁신기업을 장기적으로 붙잡아둘 수 있는 성장 시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에는 종목 수가 지나치게 많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지 못하는 기업들도 함께 섞여 있다"며 "코스닥 지수는 1996년 출범 당시와 비교해도 사실상 제자리 수준인데 시장 자체의 평판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우량기업들이 이전상장을 선택하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안 좋은 종목들을 정비하고 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코스닥 시장 신뢰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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