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실적잔치..협력사는 '울상'
후공정 라인 자체설비에 국내 협력사 타격
2013-12-10 13:47:58 2013-12-10 17:23:39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국내 반도체 산업의 두 기둥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올 들어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는 반면 협력업체들은 동반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울상'이다.
 
삼성전자가 3차원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하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중소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됐지만 삼성이 자체적으로 후공정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기대 효과는 실종됐다. 이들 중 일부 기업들은 대체 고객을 찾지 못해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낙수효과가 2, 3차 벤더로 확산되지 못한 채 원청에만 머물면서 동반성장 또한 꺾인 대표적 사례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윈팩(097800), 세미텍(081220), 아이테스트(089530) 등 반도체 후공정 관련 유망 중소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산네트웍스가  삼성전자 납품을 목표로 지난 2010년 야심차게 인수한 3차원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인 이피웍스는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매각이 완료됐다.
 
반도체 패키징 업체 세미텍은 올 들어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다 끝내 아이테스트에 흡수 합병됐다. 세미텍은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실적 상승세에 접어든 올 1분기 전년 동기 271억원보다 20% 줄어든 2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2.2% 역성장하는 등 경영난이 심화됐다. SK하이닉스와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윈팩도 올 들어 지속된 영업적자에 시달리다 4분기에는 SK하이닉스 우시공장 화재로 인한 후유증이라는 직접적 타격에 노출됐다. 윈팩의 3분기 공장 가동률은 전분기보다 5~10% 가량 하락했다. 윈팩의 모회사인 티엘아이는 3분기 매출액 291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었으나, 윈팩의 실적 부진으로 총 6억1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90%가 넘는 윈팩은 PC향 D램 물량 감소, 중국 우시공장 화재 등으로 납품 물량이 크게 줄면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윈팩은 거래처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당장은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소화해 내는 후공정 물량 비중이 70% 수준으로 예전과 전혀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윈팩의 실적 하락은 SK하이닉스 매출에서 모바일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고, 메모리 반도체 전역에 걸쳐 가격상승이 진행돼 왔기 때문에 물량이 줄어든 탓도 크다”고 설명했다. 
 
PC향 대비 모바일향에 대한 윈팩의 기술력 부재와 우시공장 화재 등 일시적 요인이 겹친 것으로, 중장기적으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의지는 분명하다는 해명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사진=삼성전자)
협력사 입장은 상반된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면 자체적으로 후공정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며 "후공정 업체 입장에서는 반도체 가격보다 생산물량이 중요한데, D램 가격 인상으로 인한 물량 감소가 외주 업체들에게 타격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의존하던 국내 협력사들 실적이 올 들어 줄줄이 하향세"라고 전했다. 오랜 기간 치킨게임 끝에 시장이 공급자 위주로 재편됐음에도 이들 협력사들은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얘기.
 
심지어 3차원 반도체 적층기술, 웨이퍼 레벨 패키징에 특화된 이피웍스는 삼성전자의 V낸드 양산 등의 호재로 중장기적 수혜가 예상됐으나 삼성전자가 자체 후공정 투자에 나서면서 다른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하고 매각 수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낸드플래시 후공정 라인을 추가 증설하기 위해 5억달러(5422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중국 충칭에 3억달러(3182억원)를 들여 자체 후공정 시설을 갖추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낮은 가격에 많은 물량을 생산했던 시기에는 국내 후공정 업계가 삼성, SK하이닉스 물량만 받아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다"며 "최근 들어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에 물량이 예전보다 줄었고, 대만 등 해외업체들이 국내 영업을 강화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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