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는 화마…최악 산불에 '속수무책'
산림 피해 3만6000㏊ '역대 최대'…사상자 속출
2025-03-27 17:57:30 2025-03-28 09:33:31
[뉴스토마토 유지웅·김태은 기자] 역대 최악의 화마인 경북 의성 산불이 5개 시·군을 휩쓸며 동진하고 있습니다. 비는 대부분 지역에서 감감무소식이고 악조건 속에 진화율마저 뚝 떨어졌는데요. 강풍과 극도로 건조한 날씨 등이 맞물리면서 불리한 여건이 계속될 걸로 보입니다. 일주일째 이어진 산불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경북 평균 진화율 47%…당국 "산불 장기화 고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 사태로 불에 탄 산림 면적은 3만6009㏊(오전 5시 기준)로 집계됐습니다. 서울 면적(6만520㏊) 60%에 이르는 산림이 피해를 본 건데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2만3794㏊)도 훌쩍 넘어섰습니다. 
 
경북 산불 진화현장에 투입됐다가 실종됐던 산불감시원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망자 수는 27명(오후 12시 기준)으로 늘었습니다. 산림청이 산불 통계를 시작한 198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기존에는 연도별로 △1989년 26명 △1995년 25명 △1993년·1996년·1997년 각 24명 △1994년 18명 순이었습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진화율'입니다. 피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경북 지역의 평균 진화율은 47.2%로 불을 절반도 끄지 못한 상태인데요. 경북 청송이 77%로 가장 높지만 산불이 처음 발생한 의성은 55%,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화마의 위협을 받는 안동은 52%에 불과합니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영덕 진화율은 34%, 영양의 진화율은 18%에 그치고 있습니다. 현재 진화율을 고려할 때 불이 완전히 진화되면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걸로 보입니다.
 
문제는 '날씨'입니다. 이들 일부 지역에는 비가 예정돼 있지만 강수량이 5㎜ 미만으로 턱없이 부족하고, 현재 내리지도 않고 있는데요. 다음 비 예보는 오는 4월 초에나 나올 걸로 예상됩니다.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 건조특보가 발령(오후 4시 기준)된 상황인데, 28일엔 건조특보 구역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장엔 간판이 흔들린 정도인 '순간풍속 초속 15m'의 강풍이 불고, 낮 최고기온도 21∼22도 분포를 보이는 등 진화 작업을 방해하는 기상 여건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24일 의성 지역에 머물러 있던 산불은 '태풍급 바람'을 타고 약 12시간 만에 51㎞ 떨어진 동해안 영덕까지 날아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당시 산불확산 속도는 시간당 5.2km였는데, 이는 사람이 달리는 것보다도 빠른 수준으로, 역대 산불 중 가장 빠릅니다. 
 
영덕 바다에 닿은 의성 산불. (사진=연합뉴스)
 
산불에 속 타는데…비는 찔끔, 바람도 바뀐다
 
밤사이 추가적인 산불이 발생·재발화를 이어가면서 긴장 속에 진화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산림 당국은 산불 장기화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는데요. 비가 오더라도 양이 많지 않아 진화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거로 보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은 다음 주 주중은 전국이 대체로 맑겠고, 비 예보는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관건은 '바람'입니다. 의성 산불은 서풍을 타고 불머리(불의 앞부분)가 동쪽을 향한 채 긴 화선을 형성하며, 해안인 영덕까지 갔다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는데요. 바람의 방향이 남쪽·북쪽 계열로 바뀌게 되면 길게 늘어선 긴 화선이 불머리가 돼 북쪽(청송·의성) 또는 남쪽(안동·영양)으로 강하고 빠르게 확산할 위험이 있습니다. 하회마을·병산서원은 남풍이나 남서풍이 불 경우 화마의 위협에 직접 노출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선 진화대원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과부하가 걸리기 전에, 인력을 효율적으로 교체 투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전날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도 진화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습니다. 해당 조종사는 이틀 새 3차례 진화 나섰고 30년가량 운영한 노후 기종을 탔습니다. 장비도 인원도 부족한 겁니다. 고기연 산불학회장은 "권역 밖 가용 인력을 투입해 기존 인력을 대체하고, 잔불 감시 등에 투입하는 등 효율적인 산불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중대본부장인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역대 최악의 산불로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며 "이재민 구호와 지원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산불이 진정될 때까지 경북 지역에 상주하며 관련 작업을 총괄 지휘하라"고 긴급 지시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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