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결국 4월로 넘어갔습니다. 30일 기준으로 보면 12·3 비상계엄으로부터 118일, 헌재의 최종 변론기일(2월25일)로부터는 34일이 지난 겁니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헌재의 선고 지연에 분노한 시민들은 또다시 거리로 나섰습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연 집회엔 주최 측 추산 100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집회 시작에 앞서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산불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묵념했습니다.
이날은 꽃샘추위로 기온이 영상 1도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꽃샘추위도 윤석열 탄핵에 작은 힘이라도 실으려는 시민들의 발걸음까지는 막지 못했습니다. 서랍에 넣어뒀던 일명 '키세스 담요'를 두르고 핫팩을 붙인 채 시위 현장을 찾은 시민도 있었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시민들이 윤석열 파면을 외치며 광화문에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더 이상 안 나와도 될 줄 알고, 핫팩도 정리하고 있는데… 또 나오게 됐네요. 집이 가까운 편은 아니라 올 때마가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나가야 할 것 같아서 나와요." 광화문에서 만난 취업준비생인 박여운(24)씨는 이번 주말도 광화문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전국응원봉연대'를 알게 된 후 매주 주말마다 쉬지 않고 집회에 나오고 있습니다. 박씨는 윤석열씨가 탄핵이 돼야 하는 이유에 관해 "너무 당연한 일이라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게 맞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엑소(EXO) 응원봉이 들려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헌재의 윤씨 탄핵심판 선고가 무작정 지연되고 있는 데 답답함과 함께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공길심(71)씨는 "하루빨리 파면을 시켜야 한다. 국민들을 이 고생시키면서 윤석열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며 "화가 나서 잠이 안 온다. 집에 있을 수가 없다. 사람 사는 게 말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안전한 집회 문화 만들기 위해 자발적 봉사 나서기도
시민들은 서로의 힘이 돼 주며 안전한 집회를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 김서현(25)씨는 광화문에서 본집회가 끝난 뒤 시민들이 헌재 방향으로 행진하자 안전한 진행을 위해 바닥에 붙인 '질서유지선(테이프)'을 떼어 내고 쓰레기를 줍느라 허리를 펴지 못했습니다.
병원에서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는 김씨는 "광화문 집회 시작한 뒤 3개월째 자원봉사자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집회에 처음 나올 땐 윤석열을 물리친다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그러다 보니 너무 지쳐서 지금은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시민과 연대하는 마음으로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어차피 탄핵은 될 거고, 즐기자는 마음"이라고 웃었습니다.
대학 교직원으로 일하는 하주미(33)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유학생이라 집회에 한 번밖에 참여를 못 했다"며 "그때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마음의 짐처럼 남아있어서 윤석열 탄핵 집회에는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한 번 빼고 집회가 있을 때는 평일과 주말 다 나왔다"며 "'이번 주는 (선고가) 되겠지, 다음 주는 되겠지' 해서 오다 보니 지금까지 됐다"고 말했습니다.
민변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단 변호사들이 지난 29일 오후 안국역 인근에서 혹시 모를 충돌을 중재하기 위해 서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도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변호사도 인권침해감시단으로 매주 집회에 참석합니다. 김 변호사는 "집회에 안 나오면 그게 더 힘들고 답답해서 집회에 나온다"며 "시민들과 구호 외치면서 불안한 마음과 스트레스를 날린다"고 했습니다. 민변 변호사들은 집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감시,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헌재 탄핵 심판 결론, 국민들은 3개월 전 내려"
선고 지연에 헌재를 향한 불신은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김재하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지금 전국민은, 여기 오신 광장의 시민들은 헌재 재판관 8명에게 묻는다"며 "윤석열과 내란무리들의 눈치를 보고 회유와 압력을 받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파면 선고를 미룰 이유가 그 어디에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상행동 집회 연단에 올라 "헌법수호를 위해 태어난 헌재가 헌법파괴자 윤석열을 단죄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이, 나라가 시시각각 무너지고 있다"며 "헌법수호 책무를 저버리면, 헌법 붕괴 상태를 지속하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상행동은 4월5일까지 4차 긴급집중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헌재 앞에서 철야 농성 투쟁을 하고, 종교·예술계·학계 등이 헌재의 선고지연을 규탄하는 행동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헌재는 지금 당장 파면을 선고하라"는 내용을 담은 시민 온라인 서명을 받을 예정입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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