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중흥건설 폭격…다음은 ‘벌떼입찰’
‘무상 신용보강’ 업계 최초 공정위 제재…과징금 180억원
인천 검단 공동주택용지 ‘벌떼입찰’ 제제 가능성도
2025-06-11 17:15:42 2025-06-11 17:25:02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중흥건설에 1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제재의 칼날을 겨누었습니다. 중흥건설이 중흥토건 등 계열사에 무상으로 3조2000억원가량의 신용보강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총수일가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와 사익을 편취했다는 이유에섭니다. 공정위는 또 중흥건설을 대상으로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싹쓸이하는 이른바 ‘벌떼입찰’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중입니다. 중흥건설은 2023년 인천 검단 공동주택용지 추첨과정에서 다수의 계열사를 입찰에 참여시켜 낙찰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업계 관행 ‘무상 신용보강’에 철퇴…중흥건설 “적극대응 예정”
 
공정위는 지난 9일 중흥건설이 동일인 2세 소유의 중흥토건 및 중흥토건의 6개 계열회사가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하는 주택건설과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에서 각 시행사의 PF·유동화 대출에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1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또 지원주체인 중흥건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장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흥건설의 사익편취·부당지원행위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흥건설이 중흥토건에 제공한 무상 신용보강 규모는 3조2000억여원에 달합니다.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2025년 2월까지 10년 동안 중흥토건 및 6개 계열회사가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하는 12개 주택건설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 관련 24건의 PF 또는 유동화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이 같은 대규모의 신용보강을 무상으로 제공한 겁니다. 
 
건설사는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은행으로부터 받기 위해 규모가 큰 회사의 ‘연대보증’이나 ‘자금보충약정’을 받아야합니다. 그런데 시공사가 신용보강을 해줄 경우 시공지분을 받거나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보증을 설 때는 보증수수료를 받아야하는데요. 공정위는 만약 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을 통해 중흥토건이 신용보강을 받았다면 최소 180억원의 보증수수료를 지급해야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무상 신용보강 행위가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 인수는 물론 편법적 경영승계 과정에 악용됐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공정위 측이 무상 신용보강 행위가 편법적 경영승계에 악용됐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중흥건설 관계자는 “2015년 이전에 이미 경영권 승계작업이 끝났기 때문에 무상 신용보강 행위와 경영권 승계와는 관계가 없다”며 “또 중흥토건은 2015년도 당시에도 (중흥건설보다) 규모가 컸다. 그동안 관행처럼 이뤄졌던 일에 수수료를 왜 안 물었냐고 묻는 거는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고 전했습니다. 
 
중흥건설 측은 공정위의 이 같은 제재에 대해 행정 소송 등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공정위 측에 소명할 만큼 소명했지만 상당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의결서가 접수되면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건설사의 관행처럼 여겨지던 계열사 간 무상 신용보강에 처음으로 철퇴를 꺼내들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은 “벌떼입찰과 무상신용보강 등 이른바 편법 관행에 대해 공정위가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건설업계 내부거래에 대한 불공정 기준이 추가된 사례로 본다. 계열사도 엄연한 법인으로 인식하고 업계 내 불공정 관행을 개선할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제재 폭격…‘벌떼입찰’ 과징금 규모도 주목
 
중흥건설을 향한 공정위의 제재는 이번이 끝이 아닐 전망입니다. 공정위는 건설사들이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는 ‘벌떼입찰’에 대해서도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요. 
 
경기 고양시의 한 공공택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지난 2023년에는 호반건설이 벌떼입찰 방식으로 다수의 공공택지를 확보하면서 △입찰신청금 무상 대여 △공공택지 2세 회사에 양도 △2조6300억원 규모 PF대출 무상 지급보증 제공 등의 지원행위가 있었다며 608억원의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한 바 있습니다. 
 
다만 호반건설이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납무명령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서울고법은 지난 3월 입찰신청금 무상대여 행위가 경영권 편법 승계를 위한 부당한 내부거래였다는 점만 인정하면서 전체 과징금 608억원 중 243억만 납부하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같은 벌떼입찰 혐의로 대방건설은 20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구찬우 대표가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제일건설도 벌떼입찰 일감 몰아주기 행위로 96억8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한편 중흥건설은 벌떼 입찰 관련한 정부 조사 이후에도 2023년 인천 검단 공동주택용지 AA24블록 추첨 과정에서 새솔건설 등 5개 관계사를 입찰에 참여시킨 의혹을 받습니다. 특히 정원주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새솔건설이 정 부회장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중흥건설의 벌떼 입찰 행위에 대해서는 건설산업기본법 및 업무방해죄 등에 근거해 국토부에서 경찰에 수사 의뢰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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