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이재희·유영진 기자] 오는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6·27 부동산 대책이 금융권 화두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대책 시행 배경과 효과, 실수요자 피해 대책 등을 따져 물을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보험사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총자산, 자기자본, 채권 및 주식 보유액 모두를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한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도마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김건희 특검에서 수사 중인 '집사 게이트', 농협 및 새마을금고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건전성 문제도 들여다봅니다.
고강도 대출규제 파급효과 점검
15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국감은 오는 10월 중순부터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르면 9월 말부터 시작하고 추석 연휴를 포함해 10월 중순까지 진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실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여름휴가를 마치고 국감 준비에 들어갑니다. 의원실에서는 주요 부처를 비롯해 산하기관의 주요 업무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고, 그해 국감 이슈를 선정하게 됩니다.
현재 이재명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만큼 의원실에서는 후보자 검증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휴가 시즌이 끝나면 국감 시즌에 돌입하는 만큼 피감기관 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자료 제출을 받으면서 국감 포인트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6·27 부동산 대책의 적정성과 파급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은행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자료 요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정하고, 2주택자 이상 주담대를 전면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대출 만기 30년 제한, 주담대 실행시 6개월 내 전입 의무화 등 고강도 규제가 들어갔는데, 시행 하루 전에 기습 발표하면서 시장 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며 실수요자의 대출 여력은 더욱 좁아졌습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30~40대는 현금만으로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운데, 일괄적 대출 규제로 상환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까지 제대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부동산 정책이나 대출 규제에 있어서는 악마는 디테일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책 시행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당국이나 금융사에서도 관련 수치를 집계한 것이 있을 텐데 자료 요청을 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대출 규제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는 만큼 고강도 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부동산 공급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주문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재명정부 초대 경제팀이 진용을 갖춰가고 있지만, 금융당국 수장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인선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선 직후 사의를 표명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새 정부와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고 차관급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한 달 넘게 공석인 상황입니다. 이 의원은 국감 전까지는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후속 대책에 대한 입장을 묻겠다는 방침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국정감사에서 6·27 부동산 대책 파급 효과와 후속 대책에 대해 따져 물을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월세 매물 광고가 게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보험업감독규정 손질 요구
정무위는 보험사 자산운용비율 산정 방식을 개편하는 보험업감독규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도 따져 물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재계나 보험업권 반발에 무산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험업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금융위원회에서 의지가 있다면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으로도 보험사 자산운용비율 산정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번 국감에서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질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보험업법 제106조에서는 보험사가 대주주 및 계열사의 주식을 총 자산의 3%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총자산은 '시가'로 평가하면서 소유한 주식 또는 채권은 '취득원가'로 평가해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고 있습니다. 총자산과 투자자산 모두 시가로 평가하고 있는 타 업권과 형평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20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보험업법 개정안이 줄줄이 발의됐지만 폐기되거나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개정안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립니다. 개정안대로 보험사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총자산, 자기자본, 채권 및 주식 보유액 모두를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할 경우
삼성생명(032830)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005930) 주식 일부를 처분해야 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취득원가는 약 5442억원이지만, 시가로 환산하면 약 27조340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삼성생명의 총자산 약 249조3250억원 대비 약 10.8% 수준인데요. 현행 규제 기준인 3%를 훌쩍 넘어서게 됩니다.
과거 국감에서도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질의가 있었지만 금융위원회는 "보유 주식을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면서도 국회 입법에 맡기겠다는 입장입니다. 이후 감독규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총자산과 투자자산의 평가 기준이 다르고 자산운용비율이 왜곡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부터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부채가 시가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자산운용비율 또한 시가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산과 부채의 평가 기준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형평성과 회계 일관성에 기반한 주장입니다. 다만 금융위는 산정 방식 변경이 소액주주에게 미치는 영향과 기존 규제에 대한 신뢰이익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새마을금고·농협 내부통제 이슈
새마을금고와 농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사의 내부통제도 국감 도마 위에 오를 전망입니다. 상호금융권의 중앙회나 개별 법인의 경영 공시가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경영지표만 있는 실정이라 자금 운영 실태를 볼 수 있는 자료가 전무한 상황입니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앞서 2023년 6월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우려가 불거지며 예금 인출 사태를 겪었습니다. 지역 금고가 통폐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고객들은 앞다퉈 자신이 예금한 금고를 찾아 돈을 인출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부실 PF 매각 등이 지연되면서 적자·부실 금고가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에서 빈번하게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관리·감독 소홀이 꼽힙니다. 주무 부처가 행정안전부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국 약 1300개 새마을금고는 사실상 각각 다른 법인이나 마찬가지라 제재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같은 상호금융권인 신협, 수협의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과 검사를 받고 있지만 새마을금고는 행안부 관리에 있다는 이유로 사각지대로 빠져 있다"며 "지난해 국감에서 부실 제출한 자료를 중심으로 다시 받아보고 경영 공시 개선 필요성을 부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농협 개혁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농업 지원 관련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고 있는 만큼 농협 개혁 작업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농협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상황입니다.
국정기획위에서도 농협 개혁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농협 개혁'을 강조해온 민주당 의원이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경제2분과는 농림축산식품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 전에 "쌀 산업, 농지 제도, 농협 구조개편, 농업 재해 대응에 있어 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추진 의혹 등이 지적을 받았다"며 "비상근직 중앙회장의 월권 행위나 조합장의 장기집권에 따른 폐해 등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집사 게이트' 연루 금융사 점검
김건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팀은 현재 이른바 '집사 게이트'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김건희와 10년 넘게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며 '집사'로 불리는 김모씨가 특검 팀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고 있는데요. 김씨가 창업에 관여한 렌터카 플랫폼 업체가 자본잠식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금융사로부터 184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게이트 의혹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또한 김건희가 운영해온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개최한 전시회에 협찬했던 기업들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5~2019년에 해당 전시기획사에서 개최한 행사에 20여개의 기업이 협찬했는데요. 일각에선 기업들이 '보험성 협찬'을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특검 수사 초기 단계인 만큼 국회에서도 관련 상임위원회에 국한되지 않고 여당 의원들이 해당 의혹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정무위 관계자는 "집사 게이트 관련 금융사 국감 증인 채택 여부는 말하기 이르다"면서도 "현재 금융사 등에 자료를 요청하면서 전 정권 실세와 기업 간 유착 관계와 연결고리를 파헤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건희 특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를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가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을 한 뒤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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