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가두리금융 지원만…주거사다리는 실종
2025-07-18 14:43:33 2025-07-18 17:15:18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의 정책 대다수가 소상공인 지원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탓에 상대적으로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는 끊길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위, 소상공인·저신용자 '금융 지원' 강화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정책 기조를 반영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저신용자와 취약 차주를 위한 금융 지원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17일 소상공인 간담회를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대출 한도 확대 등 신규 자금을 공급하고, '대출 갈아타기'를 포함한 금리 경감 3종 세트를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이 "빚을 진 소상공인들을 모아, 금융당국이라면 어떻게 할지 논의해 달라"면서 금융 정책의 우선순위를 부여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금융위는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들에게 더 낮은 금리와 보증료로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신규 자금 공급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또 대출 이자·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개인사업자 대출 갈아타기, 금리인하요구권 내실화, 중도상환수수료 완화 등 '금리경감 3종 세트'를 검토키로 했습니다. 이밖에 소상공인 청년에게 이자를 더 주는 상품 개발, 중도상환수수료 개편 방안을 상호금융권에까지 확대하는 방안, 개인 신용이 아닌 기업으로서의 신용 여력 발견 체계 구축 등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금융위는 저신용자들에게 막혔던 후불교통카드를 발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이 역시 이재명정부가 소상공인을 비롯한 연체 채무자들의 재기를 국정과제로 삼은 데 따른 대책입니다. 현재 채무조정 대상자들은 신용거래가 중단되기 때문에 신용카드뿐 아니라 후불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해당 논의가 현실화하면, 소액으로 후불 교통카드 기능을 허용한 뒤 성실 상환 이력 등을 감안해 한도를 점진적으로 늘려주는 방안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배드뱅크 세부방안은 3분기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해당 정책도 이재명정부의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채무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추진과 맞물려 마련됐습니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자의 부실 자산을 인수·정리하는 전문 기관으로, 배드뱅크를 통한 코로나 대출 탕감·조정 방안에 속도를 내겠다는 새 정부 기조에 발맞춘 행보입니다. 이에 따라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하는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다음 달 설립돼 10월에는 연체채권 매입을 개시합니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영세 가맹점에 제공되는 카드사의 우대 수수료 혜택 적용 기준을 완화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개정안에는 우대 수수료율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가맹점 매출액을 산정할 때 국세와 지방세 등을 제외하는 내용 외에도, 수수료 산정시 총매출액에서 유류세·담배세 등 정부 세입 항목을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해당 안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강화하고, 카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우대 수수료 적용 대상이 늘어나게 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정부의 카드론 규제에 이어 우대 수수료 혜택 적용 기준까지 완화되면 부담이 더 커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사진=연합뉴스)
 
금융 지원 OK, 내 집 마련은 NO 
 
대다수 금융 정책이 소상공인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으로 모아지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엄격히 유지되고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기회는 제한되는 상황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소상공인만 가두리 금융으로 지원할 뿐, 주거 사다리 대책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금리 인상에 따른 실질 이자 부담 증가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요건은 존재하나 공급 부족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때문에 자칫 금융당국 기조가 '전·월세살이를 하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야권인 국민의힘에선 "서민·청년·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전문가들도 "실수요층까지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전세 수급 불균형과 월세 전환 가속, 초양극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앞서 금융위가 내놓은 6·27 부동산 대책은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 대출은 신규 차단하는 등의 초고강도 규제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금리 규제 등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특급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오는 2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6·27 대책 이후 다양한 규제 우회 실태를 점검하고, 보완책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소상공인·저신용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강화되고 있는 점은 사회안전망 측면에서 타당한 접근이자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무주택 서민층은 높은 전세가와 매매가 사이에서 이도저도 어려운 '낀 세대'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시장 안팎에선 이재명정부의 금융 정책이 '포용'의 메시지가 분명하지만, 주택 금융에 있어 '균형'이 결여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정부가 '취약계층 보호'라는 명분 아래 소상공인 지원은 대폭 확대하면서, 같은 서민층인 무주택자에게는 금융 접근을 차단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실제로 소상공인 대상으로는 3% 이내의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일반 가계나 무주택자 등의 주택 마련 목적의 변동금리 대출(6%대)은 규제로 막혀 있습니다. 이는 정책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정치적 인기영합은 취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자산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복지형 금융'과 '자산형성 금융'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을 취해야 서민 전체의 실질적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주거 사다리를 이루기 위한 추가적인 공급·세제·금융 대책의 동시 추진이 요구된다고도 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정부의 금융정책은 생존 중심 지원에만 머무르고 있어 자산 격차 해소라는 더 큰 틀의 목표는 놓치고 있다"며 "무주택 서민에게도 기회를 주는 자산형성 금융 정책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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