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차남 에릭 트럼프(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총괄 부사장)가 한국의 적극적인 디지털자산 시장 확대를 독려하는 한편 한국 내 부동산 사업 추진을 예고했습니다.
트럼프 부사장은 9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5'에 화상 연결로 참석해 윤선주 두나무 최고브랜드임팩트책임자(CBIO)와 '금융·비즈니스·디지털 자산: 흐름과 미래 전망'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습니다.
에릭 트럼프 트럼프오거니제이션 총괄 부사장과 윤선주 두나무 최고브랜드임팩트책임자(CBIO)가 '금융·비즈니스·디지털자산: 흐름과 미래 전망'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지금도 안 늦었다
이날 트럼프 부사장은 대를 이어 부동산 사업을 해온 이 집안이 디지털 자산에 집중하는 이유가 비효율적인 전통 금융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부사장은 은행 의존적인 현대 금융 체계에 대해 "환전·송금·은행 수수료가 많이 나가 비효율적"이라며 "디지털자산은 이 모든 걸 건너뛰는 일종의 금융 시스템의 철도"라고 말했습니다.
매년 1000~2000%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짐바브웨를 거론하며 짐바브웨 국민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미국 달러와 비트코인은 물론 자사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원(USD1)을 매입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가치 상승으로 대출 서비스가 유용해지고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되는 점, 시장이 24시간 일주일 내내 열린다는 점도 트럼프 부사장이 업계의 미래를 확신한 배경입니다.
트럼프 부사장은 미국·유럽·아시아의 대형 은행에 대해 "이 기술에 대한 신뢰가 너무 커진 나머지 무시할 수 없게 돼 그걸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코인베이스·업비트·바이낸스에 뒤처질 것이고 자신들이 결국 이런 대형 거래소에 질 것이라고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릭 트럼프 트럼프오거니제이션 총괄 부사장. (사진=이범종 기자)
디지털자산 대중화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습니다. 트럼프 부사장은 "디지털자산이 탈중앙화 금융(DeFi)의 영역을 마침내 벗어나고 대중에게 닿게 될 때, 우리가 이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대중적 도입을 보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최고 일가들이 비트코인·이더리움·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유에스디 원 등 다양한 자산을 매입하고 있고 미국 포춘 500대 기업과 100대 기업들이 디지털자산을 대량 매입해 절대 놓지 않을 것이며 국부 펀드도 디지털자산을 매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이 디지털자산 시장을 이끄는 이유에 대해서는 "디지털자산을 이해하는 대통령이 있고 내각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산업이 12~18개월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그때 '우리가 현대 금융을 재정의하는 움직임의 선구자였다'고 말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이날 대담에서 트럼프 부사장은 은행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는데요. 그는 "예를 들어 100만달러를 저금했다면 10만달러만 은행에 두고 나머지는 은행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걸 중앙화 금융·원장·거래소에 보유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진정한 금융의 자유"라고 했습니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 배경에 대해서는 "디지털자산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너무 소수였고 굉장히 시대를 앞서갔다"며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거래소, 규제 로드맵이 개선되고 업계 자체가 서로 모니터링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자산은 전 세계에서 즉각적인 유동성을 가지므로 금·부동산 등 실물 자산과 비교해 최고의 헤징 수단이라는 주장도 이어갔습니다. 트럼프 부사장은 "부동산은 움직일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불이나 장마, 토네이도가 있을 수 있고 호텔 경영을 못한다면 손실이 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보험과 기타 비용, 은행의 관여 등도 부담입니다.
에릭 트럼프 트럼프오거니제이션 총괄 부사장과 윤선주 두나무 최고브랜드임팩트책임자(CBIO). (사진=이범종 기자)
암호화폐가 규칙 바꿀 것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전 세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에 윤 CBIO는 미국에 이어 2위 시장을 가진 한국이 아시아의 암호화폐 수도가 될 수 있겠느냐고 물었는데요. 트럼프 부사장은 치열한 경쟁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부사장은 "유럽은 풍력 같은 비효율적인 걸 추진하고 있는데 디지털자산과 인공지능 경쟁에서 질 것"이라며 "한국이야말로 아시아에서 굉장히 손꼽히게 잘하고 있는 국가"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안전 제일주의 때문에 주저한다면 디지털자산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미국 같은 국가들에게 밀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이점에 대해서는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몇 백만 달러, 몇 억 달러 송금을 초 단위로 처리하고 그에 대한 수수료는 거의 받지 않다시피 하는데 이게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다른 전통 금융기관에서 가능할 거라고 보느냐"고 물은 뒤 "그 기관들은 3% 수수료를 부과했을 것이고 변호사 200명이 관여한 뒤 2주나 걸려서야 이런 큰 액수의 거래가 처리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부사장은 "일단 지켜보자고 하는 건 절대 좋은 태도가 아니"라며 "최대한 치열하게 이 경쟁에 뛰어들어 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그냥 손 놓고 있는 사람들은 결국 멸종하고 말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암호화폐의 미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며 "1800년대 철도가 세계를 바꿨고 이후에도 많은 기술이 세계를 바꿨는데 이젠 암호화폐"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암호화폐가 세계를 바꾸고 규칙을 바꿀 것이다.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부사장은 한국 내 새로운 부동산 사업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일가는 서울에 건물 여섯 채를 갖고 있는데요. 윤 CBIO는 한국 내 신사업과 디지털자산을 통한 보장 여부를 물었습니다.
이에 트럼프 부사장은 "지금 한국에서 깊이 들여다보는 게 있다"며 "저희의 이름을 다시 한번 한국에 새기고 싶고 한국을 매우 좋아하며 한국의 굉장히 영향력 있는 패밀리들과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디지털자산에서도 그렇지만, 부동산에 있어서도 저희가 한국에 다시 한번 의미 있는 방식으로 뭔가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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