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벤처캐피탈(VC) 업계는 '68혁명'을 통해 벤처 생태계로 자금이 유입되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아울러 벤처 투자 자금 확대뿐 아니라 회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30조원 규모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한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제안한 기금법 개정인 68혁명 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전했습니다.
68혁명은 68개(2025년 기준 67개) 법정기금의 여유자금 중 5~10%를 기술 기반 중소·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자는 정책 제안입니다. 이를 추진 중인 K-정책금융연구소는 9월2일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68혁명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맞닿아 있는데요.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을 통해 연간 40조원 규모의 벤처 투자 시장을 조성해 대한민국을 글로벌 벤처 4대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김 회장은 "68혁명은 투자 재원을 확대해 기술 기반 혁신기업의 성장 자금을 공급하고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을 키우는 일"이라면서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매우 낮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있다. 지금이 향후 100년간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정기금으로 고위험자산인 벤처 투자 펀드에 출자하는 것은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법정기금은 기금별로 별도의 설치 목적이 있고 국민 부담으로 조성된 만큼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김 회장은 이에 대해 "그런 우려는 있을 수 있으나 벤처 투자가 반드시 위험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 10년간 국내 벤처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7.5%, 최근 5년간은 9.6%를 기록했다. 오히려 안정적이고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펀드"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벤처기업 하나하나는 위험할 수 있으나, 10~20개 벤처기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거나 펀드오브펀드(FOF) 구조를 활용하면 충분히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회장은 특히 68혁명이 벤처 생태계를 크게 바꾸고 나아가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 등으로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밝혔습니다.
지난달 31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서 김학균 벤처캐피탈협회장(왼쪽)이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30조원 규모 코스닥 시장 활성화 펀드 조성 필요해"
이날 김 회장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68혁명으로 벤처 투자에 자금이 공급되는 것만 아니라 회수 시장 활성화도 동반돼야 한다는 겁니다.
김 회장은 "현재는 1년에 8조~10조원 펀드가 만들어져 운용되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정도는 민간자금으로 유입된다"면서 "민간자금은 수익률이 중요한 만큼 좋은 수익률 달성을 위한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VC업계는 이에 따라 비상장 투자 위주의 기존 벤처 정책을 코스닥 시장까지 확대해 상장기업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VC업계가 제안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 펀드는 연간 10조원씩 3년간 운용하는 총 30조원 규모의 펀드입니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출자를 통해 모펀드를 조성하고, 일반 국민을 포함한 민간자금을 매칭하는 자펀드로 조성하는 방식입니다. 펀드 운용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VC 등 기관에 맡기는 구상입니다.
김 회장은 "코스닥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많다"면서 "코스닥에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코스닥 전용 펀드가 만들어져서 코스닥 구주와 신주, 유상증자 하는 곳에 투입되면 벤처 생태계가 함께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앞으로는 벤처산업을 육성하는 코스닥이 주목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코스닥 3000 만들기'가 '코스피 5000 만들기'보다 더 쉬울 것"이라면서 "코스닥 펀드가 조성되면 코스닥 지수 상향과 코스피 지수 상향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서 김학균 벤처캐피탈협회장이 출연해 벤처 투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VC업계, 건전한 벤처 생태계 조성 노력
한편 VC업계 내부에서는 불공정 투자 계약 등 이른바 '갑질'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불공정 투자 계약이 혁신기업의 창업 의지를 꺾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VC협회 차원에서 신문고 제도 도입 등의 운영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불공정 투자 계약 관련 사례 등 명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반드시 근절해야 할 문제로 보고 협회 차원에서 더 노력하고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C협회는 건전한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창업 지원에도 나섭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외국계 기업은 물론 대학 내 우수 기술을 보유한 예비 창업가들을 창업 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창업 프로그램 시범사업을 9월 중 런칭할 예정입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은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이제는 투자자와 창업가, 그리고 정책도 함께 움직여야 대한민국이 창업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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