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이재명·트럼프 '운명의 담판'
이 대통령, 방일 마치고 미국행…통상 안정화·동맹 현대화 '쟁점'
2025-08-24 16:41:12 2025-08-24 16:41:12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국 경제·안보의 운명을 건 담판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박2일 간의 방일을 마치고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섭니다. 회담에선 '관세 협상 후속 이행'과 '동맹 현대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인데요. 이번 회담은 양국의 경제·안보 현안이 서로 얽혀있다는 점에서 '패키지 딜'(일괄 거래)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한국 정부가 대미 투자를 포함해 K-원전·조선업 협력 부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를 당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DC로 향하며 공군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 협상·대미 투자 '매듭'…관건은 '안보 청구서'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4일 일한의원연맹 소속 일본 측 정계 인사들과 만나 환담을 하고 방일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이 대통령은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나섭니다. 이번 회담에선 크게 경제·안보 분야 의제로 나뉘어 다뤄질 전망입니다. 대통령실도 경제통상의 안정화와 동맹 현대화, 양국 간 새 협력 분야 개척 등 세 가지를 이번 회담의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의제들입니다. 먼저 경제 부문 의제에서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 타결의 후속 이행을 정상 차원에서 매듭지어 놓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8일 25% 상호관세 부과를 서한으로 통보했습니다. 다음 달 1일까지를 협상 시한으로 두고 최후통첩을 내린 겁니다. 이어 양국은 지난달 30일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이 예고한 대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에 부과 중인 25%의 품목관세를 15%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는 미국에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와 10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수입 등을 약속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모두 세세하게 합의한 것은 아니어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비롯해 반도체와 철강,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에서 최혜국 대우 약속 여부, 대미 투자 분야·시기·방법·수익구조에 대한 조율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대미 투자 중 가장 큰 부분인 1500억달러 규모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관련해 양국의 조선업 협력 부문에서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선업 외에도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바이오 등 전략 산업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원전 협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실제 양국은 회담을 계기로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착수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관건은 안보 부문 핵심 의제인 '동맹 현대화'입니다. '동맹 현대화'는 대북 억제에 주력했던 동맹 군사력을 대중 견제로 확장하자는 미국 측 요구가 담긴 의제입니다.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한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역할·규모 조정,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른바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안보 청구서에 해당하는데요. 한국 정부로선 일정 수준의 국방비 인상은 수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한미군 역할 조정과 전작권 전환 의제까지 구체적으로 합의할지는 불투명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방미'…첫 한·미 회담 '총력전'
 
이번 방미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에 이어 강훈식 비서실장까지 '대통령실 3실장'이 동행하게 됩니다. 통상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날 경우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내에 남아 국정 상황을 관리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출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 마디라도 더 설득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에선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1일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수행하지 않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회담 이후 미 국무부 입장문에는 한국 외교부가 언급하지 않은 "인도태평양 억지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요. 미 국무부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강조한 것은 한국이 동맹으로서 중국 견제에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로 해석됩니다.
 
이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지난 23일 일본을 찾아 셔틀외교를 재개하며 한층 개선된 한·일 관계를 증명하며 한·미·일 3국의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공동 언론 발표문을 냈습니다. 양국이 회담 이후 발표문을 채택한 것은 2008년 이후 17년 만입니다.
 
특히 두 정상은 소인수 회담, 만찬 등의 공식 일정을 하면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약속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일 양국은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며 저출생·고령화 등 양국 공통과제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또 한·일 젊은이들이 상대국에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참여 횟수 상한을 기존의 1회에서 2회로 늘리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측의 과거사 발언이나 일본 측의 후쿠시마 수산물 재개 요청 같은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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