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종묘 앞 빌딩 허가로 '왕릉뷰' 논란…세계유산 '해제'?
서울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계획 변경…종묘 인근에 35~38층 건물 가능
종묘,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국가유산청 "'탁월한 보편가치' 훼손돼"
유네스코 "고층 건물 허가 없어야" 권고하기도…세계유산 '해제' 해외사례 2건
2025-11-05 16:38:24 2025-11-05 16:38:24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라선근 인턴기자] 서울시청이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종묘 부근에 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도록 높이 제한을 완화하자 논란이 촉발됐습니다. 빌딩이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문화유산의 경관을 해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제2 왕릉뷰' 논란으로까지 칭하고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청 정책이 단순히 경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종묘의 세계유산 지정 해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까지 우려합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5일 종묘 부근에 고층 건물을 지으면 세계유산 지정이 해제될 수 있는지 유네스코 문서 등을 살펴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5월4일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종묘대제가 봉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청은 지난달 30일 시보를 통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을 고시했습니다. 건물 최고 높이를 기존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각각 101m와 145m로 바꾸는 내용입니다. 청계천변의 경우 35~38층의 빌딩도 지을 수가 있게 되는 겁니다.
 
문제는 세운4구역 북쪽으로 180m 지점엔 종묘가 터를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사당입니다. 국가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종묘사직'이라는 말을 쓰는 데서 알 수 있듯 유교문화권에선 왕이 사는 궁궐보다 더 중요시된 공간이 바로 종묘입니다.
 
현재의 종묘는 1395년에 완공됐고,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1995년 (종묘의) 유네스코 등재 당시에 '세계유산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을 유네스코가 분명히 명시한 바 있다"며 "(종묘 부근의 고층 건물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이자,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실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도 지난 1995년 "세계유산으로 신청된 장소(종묘) 내에서 바라본 시야에 악영향을 끼칠 인근 지역들 고층 건물 건설 허가가 없도록 보장받기를 원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종묘 부근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세계유산 지위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등재 이유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위협받는 유산에 대해선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분류하고, 해당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으면 세계유산 지정을 해제하기도 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에 따르면, 위험에 처한 유산 조건엔 △도시계획의 조화성에서의 심각한 악화 △보존 정책 부족 △지역 계획의 위협적인 효과 △도시계획의 위협적인 효과 등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선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가 해제된 사례가 없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선 해제 사례가 있습니다.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 영국 리버풀 해양 무역도시 등 2건입니다. 독일의 경우는 엘베계곡 주변에 계획된 다리 건설이 19세기 낭만주의 건축 경관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사례는 112.5m 빌딩과 축구 경기장, 주거지, 상업시설 등이 18~19세기 영국 건축 양식과 조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8월21일 서울시무용단 '일무(종묘제례악 의식무)' 언론공개회가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무용수들이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5일 중구 순화동에서 열린 '녹지생태도심 선도 사업 서소문빌딩 재개발 사업 착공식'에 참석, 종묘에 관해 문제가 제기된 것에 관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건물을 높게 지어도) 종묘에 그늘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청 관계자도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해제 사례는 문화유산, 문화유산 구역,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치에 대해서 (개발 정책이)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경우로 알고 있다"며 "세운4구역은 그런 경우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 정책은) 종묘가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분류되게 하는 요소에 해당한다고 보인다"며 "세계유산 해제 가능성을 마냥 배제하기는 어려워 우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인 강동진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도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유네스코 내부 규정이 강화됐다"면서 "(종묘 부근에 고층 건물을 짓는) 서울의 경우도 세계유산 해제 사례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라선근 기자 rieu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