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쿠팡이 약 3370만건 규모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을 인정한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다발적인 법적 대응이 촉발되고 있습니다. 국내 피해자들의 집단적 행동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쿠팡 모회사를 상대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이 추진되면서 사태는 국제적 분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데요.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로펌 SJKP는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본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추진 계획을 공식화할 예정입니다. SJKP는 한국 법무법인 대륜의 현지 법인으로 이미 일부 원고 모집을 시작했으며 이번 회견을 통해 참여자를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인데요.
이번 사건은 쿠팡이 지난달 29일 고객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주소, 일부 주문 내역 등 방대한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발표하면서 드러났습니다. 쿠팡은 한국 법인이지만 지분 100%를 미국 상장사 'Coupang Inc'가 보유하고 있으며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모회사 의결권의 70% 이상을 쥐고 있어 미국에서의 법적 책임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즉각적인 영향이 나타났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발표 직후 첫 거래일이었던 이달 1일 쿠팡 주가는 5% 이상 하락하며 26.65달러에 마감했죠. 장중 낙폭은 7%를 넘기도 했습니다. 이후 주가 반등은 미미했고 지난 5일 기준 종가는 27.11달러로 52주 최고가 대비 약 20%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투자자들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요. 뉴욕 소재 DJS Law 그룹은 이번 유출로 손실을 본 투자자를 모집하며 회사의 정보 공시 의무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보안 사고 공시 규정에 따라 상장기업은 중대한 보안 사고 발생 시 4영업일 내 공시해야 하는데 쿠팡은 아직 해당 사실을 SEC에 보고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문제 제기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국내 피해자 결집 사상 최대…온라인 커뮤니티 60만명 돌파
한편 국내에서는 피해 규모가 공개된 지 나흘 만에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서 집단소송 준비 커뮤니티가 30여곳 넘게 개설됐습니다. 주요 카페 가입자는 60만명을 돌파했으며 가장 큰 카페의 가입자는 14만명에 육박합니다. 이는 국내 정보 유출 사건 가운데 가장 빠른 피해자 결집으로 평가되는데요. 국내 첫 소송도 이미 제기됐습니다. 법무법인 청은 쿠팡 이용자 14명을 대리해 1인당 2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습니다.
소비자단체들도 지적에 나섰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이 사태를 축소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배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죠. 유출 정보가 단순 연락처 수준을 넘어 주소록과 주문 내역 등 민감한 생활 정보까지 포함된 점도 여론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정식 집단소송 제도가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외에는 적용되지 않아 광범위한 피해 보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실제 2016년 인터파크 해킹 사건 당시 1030만명의 정보가 유출됐지만 배상은 소송에 참여한 약 2400명에게만 이뤄졌고 금액 역시 1인당 10만원 수준에 그친 바 있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각각 조사에 착수했으며 정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정확한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진행 중입니다. 쿠팡은 내부적으로 사고의 중대성 판단과 관련한 법률 검토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향후 공시 여부와 책임 범위에도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초기에 상황을 노출로 표현하며 사과 공지를 빠르게 내렸다가 삭제한 점이 소비자의 불신을 증폭시킨 것 같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제기되는 법적 대응이 쿠팡의 경영 전략과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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