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금융위원회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제재안을 금융감독원에 돌려보내며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사실관계와 법리 보완을 요구한 것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사실상 과징금 규모와 책임 범위를 다시 조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ELS 제재안 이례적 반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홍콩 ELS 판매 관련 은행·증권사 제재안을 심의했지만 최종 의결하지 않고 금감원에 보완을 요청했습니다.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 법리 해석 등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위가 금감원 안건을 공개적으로 되돌려보낸 것은 지난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논란 이후 처읍입니다. 내부에서는 은행과 증권사에 동일한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설명의무 위반과 적합성 원칙 위반을 판매 유형별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등을 두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콩ELS 판매 건수만 약 30만건에 달하는 만큼 개별 사례별 사실관계를 보다 세밀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을 의결했습니다.
당초 사전 통보 단계에서는 1조9000억원대였고, 초기 검사 단계에서는 최대 4조원 수준까지 거론됐지만 자율배상 노력 등을 반영하며 과징금 규모가 줄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금융위가 세 차례 정례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끝에 결국 안건을 다시 금감원으로 돌려보내진 것입니다.
은행권은 금융위의 이번 결정을 사실상 과징금 감경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금융위가 법리와 사실관계를 다시 검토하라고 주문한 만큼 금감원이 과징금 산정 근거와 책임 범위를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재 수위도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은행들은 그동안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습니다. ELS가 원금 비보장형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이 계약 과정에서 고지됐고 상당수 가입자가 투자 경험을 가진 고객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일부 ELS 관련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투자자의 투자 경험과 상품 이해도 등을 고려해 책임 비율을 제한적으로 판단한 점 역시 은행권이 기대를 거는 부분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제재안을 바로 확정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는 의미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며 "책임 범위와 과징금 산정 기준이 다시 검토되면 추가 감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피해 구제 노력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경할 수 있는데 은행권은 이미 대규모 자율배상과 충당금 적립을 진행한 만큼 감경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제재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왔습니다. 5대 은행의 ELS 관련 충당금 규모는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조 단위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자본비율(CET1) 관리와 주주환원 정책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생산적·포용금융 확대를 강조하며 은행권의 정책 협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과징금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금융지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은행권 논리 가운데 하나인데요.
금융권에서는 제재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종 제재 수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자본관리와 배당, 자사주 매입 등 경영 전략 수립에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가장 힘든 건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며 "높게 나오든 낮게 나오든 이제는 방향성이 정리돼야 경영 계획도 세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가 홍콩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검사 결과 조치안을 논의한 뒤 금감원에 재검토를 요청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당국 '봐주기 논란' 고심
금융당국 내부 고민도 적지 않습니다. 과징금을 추가로 낮출 경우 봐주기 제재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요. 홍콩 ELS 사태는 고령층 투자자 피해와 대규모 손실 논란으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안으로 이런 상황에서 과징금을 지나치게 감경할 경우 금융회사 책임을 완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당국 내부에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조 단위 과징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은행들이 제재 취소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대형 제재 관련 소송에서 일부 패소하거나 제재 효력이 정지된 사례가 이어진 점도 금융위가 법리 검토에 신중해진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금감원 안대로 의결했다가 향후 법원 판단에서 문제가 생기면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절차적 정당성과 법리 완결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금융위와 금감원 간 역할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금감원이 검사와 제재 단계에서 강한 수위의 조치안을 먼저 제시하고 금융위가 최종 단계에서 감경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금감원 제재심과 원장 결재를 거친 안건이 금융위 단계에서 다시 조정되는 과정 자체가 감독 체계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두 기관 간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국 관계자는 "관련 회사가 많고 규모가 큰 사안인 만큼 법리를 보다 정교하게 들여다보자는 취지"라며 "제재 수준 자체가 과도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석구 전국금용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조합원들이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최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부당 제재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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