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피부양자 인정부터 혼인평등 소송 첫 심문까지…'동성부부 권리' 주목한 사법부
법원, 혼인평등 소송 18개월 만에 첫 심문 진행
'성소수자 평등의 날' 앞두고 사법부 행보 주목
2026-05-13 16:30:56 2026-05-13 16:40:00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아직 한국에는 동성혼을 인정하는 법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법부는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혼인평등' 소송의 첫 심문기일을 여는 등 동성부부의 권리와 관계에 주목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오는 17일 제36주년 성소수자 평등의 날을 앞두고, 사법부의 시선 집중이 동성부부 제도의 실질적 변화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에서 혼인평등 소송 심문기일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모두의 결혼)
 
지난달 27일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은 동성부부인 박여진·황희연씨의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사건 심문기일을 진행했습니다. 2024년 10월 혼인평등 소송이 시작된 이후 법원이 당사자들의 구체적 피해와 위헌성을 직접 듣고 심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날 재판부는 약 50분간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상적 불이익과 현행 제도의 위헌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습니다. 원고인 황희연씨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성부부와 달리 병원에서 서로 보호자로 인정받기 어렵고, 신혼부부 대상 제도나 지원에서도 배제된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혼인평등 소송 원고 중 처음으로 법정에서 직접 이야기를 하게 돼 많이 떨렸다"고 했습니다.
 
박여진·황희연씨 부부를 포함해 현재 혼인평등 소송 운동엔 총 14쌍의 동성부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 구청에 혼인신고를 접수한 뒤 불수리 처분을 받으면, 이에 대한 불복 신청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행 법률 해석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병행하는 중입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재판 중 적용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 판단을 요청하는 제도입니다.
 
혼인평등 소송을 기획하고 지원한 시민단체 '모두의 결혼' 측에 따르면, 법원은 14쌍 가운데 9쌍이 제기한 불수리 불복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역시 기각했습니다. 이에 소송 당사자들은 "혼인신고를 불수리한 건 헌법상의 평등권과 혼인의 자유를 침해"라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호림 모두의 결혼 활동가는 "박여진·황희연씨 부부 사건의 경우 판사가 직접 원고들과 대리인의 의견을 들었다는 면에서 진전"이라며 "5쌍도 현재 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2025년 10월10일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혼인평등 소송 시작 기자회견에서 소송 원고 측 동성부부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혼인평등 소송 대리인 "민법엔 동성 간 혼인 금지 규정 없어"
 
장서연 혼인평등 소송의 대리인단 변호사는 "현재 민법에는 동성 간 혼인을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데도, 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혼인의 자유, 인간의 존엄,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미 동성부부의 법적 지위가 이성부부와 다르지 않다고 인정하는 판례도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현행 민법엔 동성 간 혼인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민법 제812조(혼인의 성립)는 "혼인은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해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했고, 제813조(혼인신고의 심사)엔 "법령에 위반함이 없는 때에는 혼인신고를 수리해야 한다"라고 됐습니다. 민법 등엔 혼인적령·근친혼·중혼 여부 등을 금지 조항으로 뒀을 뿐 동성 간 혼인을 제한한다는 문구는 없는 겁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지금까지 혼인을 '남녀의 결합'으로 해석한 기존 판례와 관행을 근거로 동성 간 혼인신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 "동성부부 차별해 불이익 주면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
 
혼인평등 소송의 뒷받침이 되는 판례 역시 존재합니다. 앞서 2024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동성 배우자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피부양자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한 건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란 직장가입자의 가족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보험료를 내지 않고 동일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김용민·소성욱씨 부부는 2019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후 소씨는 직장가입자인 김씨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됐습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뒤늦게 두 사람이 동성부부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피부양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씨의 자격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소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임에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소송 제기 3년 만에 사실혼 관계의 동성 동반자에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이라며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동성혼이 법제화되는 추세입니다. 현재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한 국가는 미국·영국·호주 등 39개국에 이릅니다. 2019년엔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했습니다. 
 
한편, 5월17일은 성소수자 평등의 날입니다. 1990년 5월17일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고자 시작됐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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