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대이란 전쟁 리스크로 고유가·고환율이 고착화하면서 국내 항공업계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유류비 부담 확대와 항공 운임 급등으로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한항공(003490)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운송을 맡으며 화물 사업 강화에 나섰습니다. 고부가 특수 화물인 반도체로 실적 방어에는 나섰지만, 업계에선 유가 상승과 환율 충격이 워낙 큰 만큼 반도체 수입원 하나만으로는 2분기(4~6월) 실적 악화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온도 조절이 가능한 특수 컨테이너가 대한항공 화물기에 실리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1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지난 3월부터 미국 등에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운송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내 대형항공사 소속 한 조종사는 “올 상반기부터 대한항공이 엔비디아 칩을 소량 단위로 운송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대한항공의 GPU 운송은 정부의 ‘AI 3대 강국’ 전략에 따른 대규모 GPU 확보 움직임과 맞물린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인 ‘블랙웰 200’ 등을 포함한 GPU 1만3000장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초고성능 반도체를 신속하게 들여오기 위한 항공 화물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GPU는 일반 전자제품과 달리 온도·습도·정전기·충격 등에 민감한 고가 장비로 분류됩니다. 이 때문에 운송 과정에서도 특수 포장은 물론 제습·온도 등을 제어하는 설비가 요구됩니다. 실제 반도체 장비 운송 과정에서는 충격 감지 센서와 기울임 감지 장치 등을 부착해 이동 중 상태를 실시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GPU는 개당 무게가 약 30kg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여러 개를 결합한 서버 단위로는 1톤을 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같은 반도체 특성상 GPU 화물이 일반 화물보다 높은 운임을 형성합니다. 무게와 민감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항공기 적재 전략과 노선 운영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항공사의 고부가 화물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대한항공 역시 최근 반도체 등 특수 화물 비중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객 수요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화물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입니다. 항공 화물 운임 상승이 유가급등에 따른 손실을 일부 완충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KB증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항공화물 단가 추정치를 기존보다 9% 상향 조정했습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항공 화물 운임이 전년 동기 대비 24.7% 상승하면서 급유단가 상승 부담을 상당 부분 흡수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 영향이 2분기 실적에 본격 반영되는 만큼 실적 악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류비는 항공사 전체 비용의 약 3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비용인 데다 환율 상승까지 겹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증권사별 전망은 엇갈립니다. 유진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손실을 각각 5조670억원, 15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습니다. 반면 KB증권은 별도 기준 1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증권가는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진에어(272450),
제주항공(089590), 트리티니항공(옛 티웨이항공) 등 1분기 흑자를 기록했던 항공사들이 2분기에는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개별 고객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화물 운송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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