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 내 공급과잉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현지 법인을 잇따라 정리하고, 미국·인도 등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투자 축을 옮기고 있습니다. 고부가 철강제품 수요가 큰 미국과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저수익 철강 업황을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19일 현대제철의 2026년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3월3일 중국 칭다오 법인(HSMC) 지분 전량을 칭다오 쓰저우 중공업설비유한공사(Qingdao Sizhou Heavy Industry Equipment)에 매각했습니다. HSMC는 현지에서 굴삭기용 무한궤도 등을 생산·조립·판매해 온 제조 법인입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건설기계 시장 둔화 등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현대제철이 관련 사업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매각 금액은 총 7000만위안입니다.
현대제철은 앞서 2024년에도 충칭(HSCQ)과 베이징(HSBJ) 법인 두 곳을 매각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중국 경기 침체와 주요 고객사였던 현대차·기아의 현지 판매 부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번 HSMC 매각으로 현대제철의 현지 법인은 톈진(HSCN·HSTJ), 장쑤(HSJS), 쑤저우(HSSZ) 등 4곳만 남게 됐습니다.
포스코그룹 역시 중국 내 비핵심·저수익 법인 정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부터 중국 장쑤성 스테인리스 생산법인 장가항포항불수강(PZSS)과 청도포항불수강(QPSS)을 중국 칭산그룹 측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두 법인 매각은 중국 당국 승인 등을 거쳐 지난달 마무리됐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지난해 중국 철강 계열사인 쑤저우포항과기유한공사 지분 전량을 중국 광둥 WCAN 자성재료 유한회사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철강업계가 중국 사업을 정리하는 이유는 현지 건설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5년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의 신규 착공 면적은 전년 대비 20.4% 감소했고, 부동산 개발 투자도 17.2% 줄었습니다.
공급 과잉 현상도 철강 수출 증가를 통해 확인됩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2025년 조강 생산량은 9억6081만톤으로 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철강 수출은 1억1902만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내수 부진으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이 해외시장으로 밀려나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현지 법인 실적도 악화됐습니다. 실제로 PZSS는 2021년 12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022년 780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이후 2025년에는 손실 규모가 20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나는 등 적자 부담이 이어졌습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진=포스코)
두 회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 위주의 투자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미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 투자 규모는 58억달러로, 2029년 가동이 목표입니다. 포스코도 해당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생산된 철강재는 향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 북미 현지 공장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포스코는 현대제철 지분투자뿐 아니라 미 철강 기업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미국 내 입지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양사는 북미 지역 철강 생산·공급망 협력을 위해 지분투자와 투자 규모 등을 논의 중입니다.
인도 역시 주요 성장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지난달 20일 인도 1위 철강사 JSW스틸과 인도 오디샤주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각각 50% 지분을 보유하며, 오디샤주에 조강 6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고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철강사들의 중국 사업 정리와 해외투자 재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건설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더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며 “미국처럼 고부가 제품 수요가 많고 가격이 높게 형성된 지역이나, 인도처럼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투자 축을 옮기는 것이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