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민주당 찍어야 우리 지역 도와주죠", "평택 토박이를 뽑겠다"
경기 평택 안중전통시장 인근에서 트럭에 짐을 싣던 이모씨(50대·남성)는 지지 후보를 묻는 말에 김용남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답했습니다. 평생을 이곳 안중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씨는 "내란을 일으킨 정당은 어떻게 찍나"라며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 굳이 다른 당을 찍을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습니다.
반면 평택 고덕동 상점가에서 만난 신모씨(40대·여성)는 유일한 평택 출신인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고 했습니다. 신씨는 "다들 평택에 대해 뭘 안다고 나오나"라며 "평택이 될 만하니 나오는 사람들은 지역 발전에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거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20일 평택 고덕신도시. 비가 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국회의원 재선거가 열리는 경기 평택을 지역구에선 전운이 감돌았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평택 고덕동·안중읍에서 만난 시민들의 민심은 세 갈래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의 격돌에 각자 후보자를 지지하는 이유도 제각각이었습니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대체로 후보 개인보다 집권 여당의 힘에 주목했습니다. 고덕동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0대·여성)는 "민주당이 일 잘하지 않나"라며 "당에서 아무래도 도와주면 지역 발전에도 힘이 될 거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처럼 알려진 인사가 지역에 필요하다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서정리역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씨(60대·남성)는 조 후보를 "큰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씨는 "아무래도 이름값 있는 사람이 와야 지역에 도움 되지 않겠나 싶다"며 "지역이 주목받아야 지역 정책에도 사람들이 관심 가질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서정리역 인근 공원에서 만난 김모씨(60대·남성)은 "평택 사람이 안 나와서 실망이지만 국민의힘을 뽑을 순 없지 않나"라며 "김 후보도 결국 국민의힘 출신이라 내키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용남 민주당 후보(왼쪽부터)·유의동 국민의힘 후보·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1일 손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박이 밀어줘야지" 대 "연고 중요하면 진작 잘 됐다"
고덕동 상점가에서 만난 김모씨(60대·여성)는 평택 출신 '토박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씨는 "가족이 모두 평택 서부 지역에 살아서 그쪽 출신을 원했는데 죄다 외지인"이라며 "평택 사람도 아닌데 지역을 잘 아는 양 유세하는 거 보면 믿음직스럽지가 않다"라고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김용남·조국 후보의 출신지는 각각 수원·부산으로 평택에 연고를 둔 건 유 후보뿐입니다.
안중읍에서 30년간 사진관을 운영했다는 박모씨(60대·여성)은 평택 사람인 유 후보밖에 뽑을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박씨는 "지역을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슨 배짱으로 (김용남·조국 후보가) 여기에 온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지역 연고는 크게 중요치 않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안중전통시장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윤모씨(30대·남성)는 "여당이 그나마 지역 발전에 힘을 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역 연고가 그리 중요하면 진작에 잘되지 않았겠나. 고덕 쪽은 말만 신도시지 사람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론조사도 박빙입니다. <뉴시스·에이스리서치>가 지난 19일 공표한 여론조사(5월16~17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무선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평택을 재선거 지지도는 조 후보 29.3%, 김 후보 25.5%, 유 후보 22.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기 평택을 지역구에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가 위치해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합치면 안 뽑을래요"…단일화엔 부정적
안중오거리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씨(70대·여성)는 자신을 조국 후보 지지자라고 밝히며 "(김 후보와) 단일화하면 찍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검찰개혁 등 여러 개혁을 완수할 후보는 조국뿐"이라며 "김용남 후보는 국민의힘 시절에 내란 관련 발언도 그렇고 문제가 많아서 뽑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단일화에 부정적인 시민 반응처럼 연일 기싸움을 이어오던 김 후보와 조 후보가 힘을 합칠 현재로선 희박합니다. 김 후보는 지난 20일 <CBS>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후보 단일화 내지는 선거 연대를 하려면 그야말로 연대 의식이 형성돼 있어야 된다"며 "이번 선거전을 이어가면서 조 후보 또는 조국혁신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표현이 좀 그렇지만 완전히 구태스러운 선거문화"라고 비판했습니다.
조 후보도 냉담합니다.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연 조 후보는 "조국이 반드시 승리해서 국회의 초강력 개혁 엔진이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직후 기자들에게 "지금 평택을에선 단일화 이야기가 거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유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진보 진영의 분열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평택을이 위치한 평택 서부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육모씨(60대·남성)은 "이 상황에서 유 후보가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와 단일화하면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 우리 지역을 밀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보면 이해가 안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평택=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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