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규의 피지컬 AI)로봇이 사람을 먹여 살린다, 그런데 언제 먹여야 할지는 모른다
제19회/ 최홍규 연구위원(EBS)·미디어학 박사
2026-08-06 15:02:20 2026-08-06 15:34:21
최홍규 연구위원(EBS)/ 미디어학 박사
 
먹여 살린다는 말은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쓰였다. 밥을 떠먹여 주는 손짓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계와 하루를 통째로 책임진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한 가정에서는 그 자리에 로봇 팔 하나가 들어와 있다. 목 아래로는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40대 남성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 그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저녁을 먹는다. 로봇은 그가 씹고 있는지, 말을 하고 있는지, 고개를 어느 쪽으로 돌리는지를 지켜본다. 그러다 다음 한 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순간에만 팔을 움직인다. 사람이 매번 곁에서 숟가락을 들어주던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2025년 6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장애인 건강 형평성 이니셔티브(WHO Disability Health Equity Initiative)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전 세계적으로 13억명이 넘는 사람이 장애를 지니고 살아간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식사와 목욕, 옷 입기 같은 일상에서 다른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한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는 이 숫자를 계속 밀어 올리고 있다. 로봇이 이 자리를 대신하려면 두 가지를 배워야 한다. 하나는 음식을 안전하게 다루는 법이다. 다른 하나는 그 음식을 언제 사람의 입으로 가져가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이 둘은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능력이다.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대학교(Anglia Ruskin University) 연구팀은 2026년 1월, 첫 번째 문제를 상당 부분 풀어낸 로봇 팔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카메라로 사람의 표정과 입이 열려 있는지를 읽고, 초음파 센서로 입까지의 거리를 재고, 힘 센서로 포크가 음식에 주는 압력을 조절한다. 쉽게 말해 눈과 귀 대신 카메라와 센서를 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손의 세기를 그때그때 바꾸는 셈이다. 사과처럼 단단한 음식에는 힘을 더 주고, 딸기처럼 무른 음식에는 힘을 낮췄다.
 
이 로봇을 가상 환경과 실제 로봇 팔에서 시험한 결과, 음식을 성공적으로 전달한 비율은 75퍼센트에서 90퍼센트로 올라갔다. 음식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3.6초에서 2.2초로 줄었다. 손의 정교함만 놓고 보면 눈에 띄는 발전이다. 다만 이 수치 대부분은 가상 환경과 실험실 조건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 운동장애를 지닌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검증은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손이 이렇게 정교해진다고 해서 두 번째 문제까지 저절로 풀리지는 않는다.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와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등 연구진은 2025년 10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 연구를 발표했다. 이들은 카메라 대신 사람이 직접 몸에 착용하는 장치를 썼다. 안경에 붙이는 작은 동작 센서 하나와, 목에 두르는 음성 센서 하나다. 이 둘은 사람이 씹고 있는지, 말하고 있는지, 고개를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카메라 대신 착용형 센서를 고른 이유는 명확하다. 로봇 팔에 달린 카메라는 사람이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얼굴을 놓치지만, 몸에 붙인 센서는 그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열네 명의 참가자에게서 얻은 데이터로 학습시킨 이 모델은 다음 한 입까지 남은 시간을 초 단위로 예측하고, 사용자가 정한 민감도에 따라 로봇에게 멈추거나 나아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열다섯 명을 대상으로 한 비교 실험에서, 이 방식은 입을 벌려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나 일정한 간격으로 먹여주는 방식보다 식사 타이밍이 적절하다는 평가를 더 많이 받았다. 특히 대화를 나누며 식사하는 상황에서 대화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두드러졌다. 실제 운동장애를 지닌 참가자 두 명을 대상으로 한 가정 내 실험에서는, 이 방식이 그동안 이들을 돌보던 사람보다 오히려 더 세심하게 식사 시점을 맞췄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필자가 보기에, 두 연구를 나란히 놓고 보면 먹여 살린다는 말이 왜 그렇게 무거운 말이었는지가 비로소 드러난다.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일에 있어서, 하나는 로봇에게 손을 가르친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로봇에게 눈치를 가르치려 한 연구다. 밥을 옮기는 일은 힘과 각도의 문제로 바꿀 수 있다. 센서를 달고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짜면 해결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그 밥을 언제 옮겨야 하는지는 계산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대화 도중에는 잠시 멈추고, 씹는 동안에는 기다리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에는 다가가는 판단. 이는 오랫동안 누군가를 돌봐온 사람의 몸에 새겨진 감각에 가깝다.
 
정리해 보면, 로봇이 사람의 몸에 안전하게 손을 대는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손을 대는 순간을 스스로 정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숙제로 남아 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무엇을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 그것을 알아차리느냐의 문제다. 지금까지 로봇공학이 풀어온 문제는 대부분 앞쪽이었다. 더 정확히, 더 안전하게, 더 힘 있게 움직이는 문제였다. 그런데 식사를 돕는 로봇 앞에서는 그 익숙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잘 만들어진 손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화 중에 불쑥 끼어들거나, 씹고 있는 입에 음식을 들이미는 손은 아무리 정교해도 무례하다. 반대로 다소 서툰 손이라도, 상대가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릴 줄 안다면 그 로봇은 이미 돌봄에 가까워진 것이다. 결국 좋은 돌봄과 나쁜 돌봄을 가르는 기준은 손의 성능표가 아니라, 상대방의 리듬에 스스로를 맞출 줄 아는가에 있다.
 
로봇의 손은 이미 사람의 몸에 닿았다. 이제 로봇이 넘어야 할 문턱은 그 손을 언제 뻗을지 스스로 헤아리는 일이다. 그런데 이 문턱은 로봇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 역시 누군가를 먹여 살리는 일을 오랫동안 힘과 자원의 문제로만 여겨왔다. 무엇을 얼마나 주느냐로 돌봄의 성실함을 재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로봇이 이제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정작 사람이 먼저 알고 있었어야 할 사실이다. 상대가 아직 씹고 있는지, 지금 말하고 있는지, 잠시 눈을 돌리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먹여 살린다는 말의 진짜 무게였다. 로봇이 그 무게를 이해하는 날, 우리는 로봇에게서 무언가를 배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을 로봇을 통해 되찾은 셈이 될 것이다.
 
최홍규 연구위원(EBS)/ 미디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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