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군인들)①(단독)보고서엔 '병사 40%, "성전환 간부 복무 긍정"'…국방부는 3년째 비공개
한국국방연구원 '성전환자의 현역 복무 관련 연구용역' 입수
병 42.6% '성전환 간부 복무 긍정'…영관급선 '부정 인식' 높아
국방부, 3년째 보고서 비공개…별도 후속조치·지원체계 없어
2026-08-22 06:00:00 2026-08-22 06:00:00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2020년 고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선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법원은 변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나, 6년이 지난 지금도 제도 개선 논의는 제자리에 멈춰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트랜스젠더 장병들은 군 내부에서 정체성을 숨긴 채 복무하거나, 병역증명서에 성별 정정 사실이 기재돼 취업 때 불이익을 겪는 등 각종 차별에 노출됐습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트랜스젠더 장병들의 경험을 통해 제도의 사각지대를 짚어보고, 누구나 안전하고 평등하게 복무할 수 있는 군대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용어 설명: 트랜스젠더는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다른 성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을 말합니다. 기사에선 지정된 성별은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정체화한 사람을 트랜스여성(Trans women)으로, 지정된 성별은 여성이지만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경우는 트랜스남성(Trans men)으로 표기했습니다. 
 
2024년 5월8일 육군 32사단 신병교육대대 연병장에서 열린 수료식에서 신병들이 경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병사 10명 중 4명 이상 "성전환 간부 복무 긍정적"
 
21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성전환자의 현역 복무 관련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성전환 간부의 복무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병사는 42.6%인 걸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간부는 38.8%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국방부가 고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과 사망 사건 이후, 트랜스젠더의 현역 복무에 대한 군 내부 인식을 조사하고자 발주한 연구용역의 결과물입니다. 연구용역은 2021년 12월 발주돼 2022년 12월 종료됐고, 결과보고서는 2023년 발간됐습니다.
 
특히 트랜스젠더 간부의 복무를 바라보는 시각은 계급별로 엇갈렸습니다.

△영관급 △위관급 △준·부사관급 △병 가운데 트랜스젠더 간부에 대한 긍정 인식이 가장 높은 건 병이었습니다. 이어 △위관급 △준·부사관급 △영관급 순이었습니다. 하지만 병을 제외한 △영관급 △위관급 △준·부사관에선 트랜스젠더 간부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보다 부정적으로 대하는 인식이 더 높았습니다. 특히 영관급은 긍정이 30% 이하에 그친 반면 부정이 60%를 넘었습니다.
 
현역 복무에 대해선 트랜스젠더의 성별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먼저 트랜스남성의 현역 복무에 대해선 병사의 48.2%가 긍정적으로 답했고, 21.8%는 ‘모르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위관급의 부정 응답은 43.6%, 영관급은 60.7%였습니다. 
  
반면, 트랜스여성의 현역 복무에 대해선 계급과 관계없이 ‘복무를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이 우세했습니다. 군 복무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도 간부의 74.7%, 병사의 52.1%가 복무에 반대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 연구를 종합하면, 군 조직에서 지휘·통솔을 담당하는 상위 계급으로 올라갈수록 트랜스젠더 장병의 복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반면 최근 입대한 2000년대생 병사들은 트랜스젠더 장병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한층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아울러 트랜스남성의 복무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변희수 하사와 같은 트랜스여성에 대해선 내무반 생활이나 복무 형평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 기류가 강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국방연구원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개인의 복무 수행 가능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보고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성확정 수술을 하지 않은 채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장병을 위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군 내부에 성별 불일치를 느끼는 간부와 병사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향후 국회의 입법이나 법원의 결정으로 현역 복무가 인정될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준비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4년 6월24일 대전시 유성구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변희수 하사 안장식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방부, 변희수 하사 사건 계기로 연구용역 발주해
 
이번 연구용역의 직접적 계기가 된 건 변 하사 사건입니다. 육군 부사관이었던 변 하사는 2019년 지휘관 및 여단장 보고를 거쳐 해외에서 성확정 수술을 받았고,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육군은 신체 변화가 심신장애에 해당한다며 2020년 1월 그의 강제전역을 결정했습니다.
 
변 하사는 전역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대전지법은 그해 10월 변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성확정 수술을 통해 여성으로 성별이 정정된 변 하사에게 남성의 신체 기준을 적용해 심신장애로 판단한 건 위법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변 하사는 전역처분 취소에도 불구하고 군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1년 3월 스스로 삶을 마감한 겁니다. 
 
국방부가 변 하사에 대한 판결 직후 연구용역에 착수한 건 이 문제에 대한 군 인식을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보고서는 3년째 '비공개'…사실상 후속조치도 없어
 
그러나 국방부는 보고서가 만들어진 지 3년이 지나도록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를 묻는 <뉴스토마토>의 서면 질의에 대해 국방부는 "연구용역 종료 당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추가 논의와 검토가 필요했고, 공개될 경우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책 수립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 제1항엔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다고 됐습니다. 
 
앞서 2020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에 "성전환 수술을 한 장병을 복무에서 배제하는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용역보고서 비공개와 함께 별도의 후속 조치도 사실상 진행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국방부는 '트랜스젠더 장병의 인사 관리와 의료·상담, 화장실·숙소 이용, 차별·괴롭힘 방지에 관해 지침이 있는지'를 묻는 본지 질문에 "관련 법률에 따라 모든 장병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다만 국방부는 "(트랜스젠더 군 복무에 대한) 장병과 국민의 인식 변화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군의 특수성, 병력 운용, 관련 법령 및 제도 등에 대해 관련 부처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구체적 조사는 인권 침해가 없도록 신중히 접근하되, 병영생활 및 편의시설 이용, 전문가 상담 등의 유연한 배려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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