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펜스 벗어난 휴머노이드…하루 20시간 가동 ‘공장 일꾼’ 성큼
Digit 5, 사람 감지해 회피·정지·착석
6만5000시간 현장 데이터 축적해와
아틀라스도 펜스리스 경쟁
2026-09-16 15:54:51 2026-09-16 16:26:44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공장 ‘일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안전 펜스 없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하루 20시간 이상 가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 등장한 겁니다. 휴머노이드 경쟁도 인공지능(AI)과 동작 성능을 넘어 안전성과 가동률, 비용 등 실제 제조 현장의 생산성을 입증하는 단계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왼쪽)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오른쪽은 애질리티 로보틱스가 공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Digit 5’. [사진=현대자동차그룹·애질리티 로보틱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15일(현지시각)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Digit 5’를 공개했습니다. Digit 5는 물리적인 안전 장벽 없이 사람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게 특징입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철제 펜스 등으로 작업 공간을 사람과 분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Digit 5는 AI와 센서를 이용해 주변 사람을 감지해 회피하거나 멈춥니다. 사람이 계속 접근하면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몸을 낮춰 안정적인 자세를 취해 넘어질 위험을 줄입니다. 엔비디아의 로봇용 AI 컴퓨팅 플랫폼 ‘IGX Thor’와 피지컬 AI 안전 시스템 ‘Halos for Robotics’도 적용됐습니다.
 
이전 세대 Digit은 GXO와 셰플러, 아마존, 토요타 등의 물류 창고와 공장에서 누적 6만5000시간 이상 운용됐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GXO 물류시설에서는 물류용 상자 10만개를 약 98%의 정확도로 처리했습니다. 애질리티는 약 3년간 실제 고객 현장에서 확보한 요구 사항을 Digit 5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Digit 5는 최대 23㎏을 들어올릴 수 있고 약 90분 작업한 뒤 9분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애질리티는 “충전과 작업을 반복하면 하루 20시간 이상 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과 비슷한 형태로 다리 구조를 바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쪼그려 앉는 작업 능력도 강화했습니다.
 
경제성 목표도 구체화됐습니다. 글로벌 기술 전문 매체 <IEEE Spectrum>이 애질리티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Digit 5의 초기 부품 원가는 ‘15만~20만달러’로 예상됩니다. 애질리티는 연간 1만대 생산 시 이를 ‘5만달러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월 약 8500달러의 서비스형 모델도 제시했습니다. 다만 실제 비용과 수익성은 생산 규모와 작업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애질리티는 지난 5월 기준 Digit 5의 다년간 고객 주문액이 3억달러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Digit 5는 2027년 상반기 북미에서 우선 공급될 예정입니다.
 
현대차그룹 계열 보스턴다이내믹스도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제조 현장 투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양산형 아틀라스는 사람과 차량을 감지해 일정 거리 안에 들어오면 작업을 멈추는 ‘펜스리스 가딩’을 적용했습니다. 최대 50㎏을 들 수 있고 반복 작업 기준 가반하중은 30㎏입니다. 약 4시간 작동한 뒤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아틀라스 생산에 들어갔으며 현대차그룹의 미국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 등에 초기 물량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제조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 뒤 2028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안전성 확보는 휴머노이드의 공장 확산을 가로막아온 과제입니다. 조너선 허스트 애질리티 로보틱스 공동창업자는 “우리가 아직 비교적 적은 수의 로봇만 배치한 이유는 안전이 장애물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업계 모두의 장애물”이라고 했습니다. 딥루 탈라 엔비디아 로보틱스·엣지 AI 부사장도 사람과 자산 주변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는 능력이 휴머노이드를 시범 운영에서 대규모 산업 배치로 전환하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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