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자사주를 지분율 계산에서 제외하면 LS·DB 등 8개 대기업집단의 25개사가 새롭게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사주를 포함한 현행 산정 방식이 규제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장도 법 개정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이은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자사주 제외 시 사익 편취 규제 대상 변화. (표=뉴스토마토)
13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월1일 기준 사익 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1047개사입니다. 자사주를 제외해 지분율을 재산정하면 규제 대상은 1072개사로 25개사 늘어납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회사와 해당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국내 계열사를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도 발행주식총수에 포함해 지분율을 계산하면서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게 산정될 수 있습니다. 자사주를 제외하면 지분율 산정의 분모가 줄어 규제 기준을 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입니다.
실제 ㈜
LS(006260)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현행 19.6%에서 자사주 제외 시 22.4%로 높아집니다.
DB손해보험(005830)도 19.6%에서 21.1%로 상승해 두 회사 모두 총수일가 지분율이 20%를 넘게 됩니다.
이에 따라 LS전선·LS엠트론, DB생명보험·DB캐피탈 등 관련 계열사도 추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전체 추가 편입 대상 25개사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으로 바뀌는 회사 4개사,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 13개사, 자사주 제외 시 모회사의 보유 지분율이 50%를 초과하게 되는 자회사 8개사로 구성됩니다.
박 의원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사주 포함 여부에 따라 25개사의 규제 대상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현행 지분율 산정 방식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의미"라며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지분율 계산에 포함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습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자사주를 제외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필요성에 동의했습니다. 주 위원장은 "자사주가 사익 편취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루빨리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들을 없애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협조를 요청하자 "꼭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박 의원은 새롭게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25개사가 실제 사익 편취 행위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익 편취 규제는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성이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 대기업집단에서도 계열사 간 거래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 사례가 있습니다. LS그룹은 2018년 LS전선 등 계열사의 전기동 거래 과정에서 LS글로벌을 부당 지원한 사안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습니다. DB그룹에서는 DB손해보험의 계열사 브랜드 사용료 산정 방식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2020년 10월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금융당국은 계열사별 대외 인지도 차이에도 동일한 사용요율을 적용한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입법 논의도 진행 중입니다. 관련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31일 대표 발의했으며, 4월1일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데 이어 8월26일 상임위에 상정됐습니다. 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도 지난 3월6일 상법 개정 후속 과제로 지분율 산정 시 자사주를 발행주식총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초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공정거래법상 지분율 산정 기준까지 바뀌면 사익 편취 규제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규제 사각지대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공정위가 법 개정 필요성에 동의한 가운데, 실제 규제 대상과 시행 시점 등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논의될지가 관건입니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