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협치는 실종, 철지난 색깔론과 이념 논쟁
2022-10-24 06:00:00 2022-10-24 06:00:00
윤석열 대통령의 '종북 주사파' 발언으로 야당과의 협치는 더욱 요원해졌다. 여기에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중앙당사까지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민주당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규탄했다. 공교롭게도 이 모두 같은 날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만나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반헌법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음날인 20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야당 반발 관련해 "어느 특정인을 겨냥해서 한 얘기는 아니다"면서도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들이 잘 알 것"이라고 했다.
 
특정인을 지칭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민주당, 특히 문재인정부 주축이었던 586그룹을 겨냥했다는 해석에 이론이 없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도 특정인, 특정 세력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러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과도 함께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보수층 재결집을 위해 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색깔론을 꺼내든 것으로 의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당 회의에서 "야당을 비롯한 대통령을 반대하는 세력에게 철 지난 색깔론을 덧씌워 국정실패와 민생무능의 실상을 덮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은 야당탄압·정치보복의 장본인이 바로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잘 알게 됐다"고 윤 대통령과의 전선을 형성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이란 가면 밑에 원조 '프로 막말러'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며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김일성주의자' 망언으로 첫 술을 뜨더니, 이에 질세라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친일·극우 발언의 강도를 연일 높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말 경쟁, 야당 탄압, 종북몰이, 전 정부 탓으로는 경제도 민생도 결코 살릴 수 없다"고 했다.
 
진영 간의 극단적 충돌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민생인데, 철지난 색깔론으로 편가르기를 하는 발언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민주당 출신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0일 라디오에서 "대통령실 뿐만 아니라 집권당도 급격하게 극우화하고 있다"며 "김문수 위원장의 총살 발언을 옹호하는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신영복 선생의 사상을 존경한다는 이유로 "확실한 김일성주의자"로 규정하고, 다음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문재인은 총살감'이라는 과거 발언을 거둘 생각이 없다고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같은 이념 논쟁에도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0%대 초반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1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의 '선거 및 사회현안 57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7%포인트 소폭 오른 32.1%를 기록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하면서 안보 이슈가 부각됐음에도 30%대 초반에서 정체됐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로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됐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국민 61.5%는 '민생경제'를 '국가안보'보다 더 시급한 현안으로 인식했다. '국가안보'가 더 시급하다는 의견은 35.3%에 그쳤다. 
 
같은 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5주 연속 20%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평가 27% 대 부정평가 65%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서 "역대 정권 중 북풍 종북몰이 수사를 해서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며 "민생은 외면한 채 야권과의 대결로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어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사정해서 90% 이상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와서 나라가 망했지 않았나. 이 길로 가지 말자는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결로)지지도를 올릴 수도 없지만 그런 비정상적인 방법은 옳지 않다"며 "윤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야당과 이재명 대표가 요구한 대로 영수회담을 하든 다자회담을 하든 대북, 경제, 외교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지혜를 합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 중 제일 쉽게 대통령이 되신 분이다. 쉽게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꼭 쉽게 망하더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치팀장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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