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체질량지수(BMI)가 각각 25 이상과 30 이상인 과체중과 비만은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등 여러 만성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2년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인구는 약 10억380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성인은 약 8억7900만명이며, 어린이 및 청소년은 약 1억5900만명입니다. 전 세계 성인의 약 43%가 과체중 상태입니다.
1990년과 비교하여 비만 인구는 2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 인구는 4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성인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 증가율이 전체 연령층 중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데, 남자 어린이·청소년의 비만 비율은 2020년 10%에서 2035년 20%로, 여자 어린이·청소년의 비만 비율은 2020년 8%에서 2035년 18%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각국은 비만 예방과 관리를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는 원인은 신체 활동 부족이나 과식 같은 환경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전적 요인이 BMI 변화의 40~90%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비만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식욕이 증가하여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고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식욕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유전적 요인이 확인되었습니다.
지난 2007년 FTO가 최초로 체지방량과 비만 관련 유전자로 밝혀졌고, MC4R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포만감 신호가 손상되어 과식하게 되고 심각한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밖에도 프라더-윌리 증후군(PWS)은 만족할 줄 모르는 굶주림이 특징인 유전적 장애인데, 정상적인 포만감 반응이 부족하여 음식 섭취량과 관계없이 배고픔을 느껴 만성적인 과식과 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연구진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인간 모두에게서 비만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했습니다. 241마리의 리트리버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개의 비만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를 확인하고, 이 유전자들이 인간의 비만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비만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개의 유전자는 DENND1B입니다. 이 유전자는 체내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뇌의 경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간도 DENND1B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이 유전자가 인간의 비만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연구자들이 발견한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3월6일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개 게놈 전체 연관성 연구에서 확인된 개와 인간의 비만 유전자 DENND1B(Canine genome-wide association study identifies DENND1B as an obesity gene in dogs and humans)”라는 이름으로 게재되었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연구진 나탈리 월리스(Natalie Wallis)는 “우리는 유전적으로 비만 위험이 높은 개가 음식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개들이 주인에게 음식을 달라고 얼마나 자주 졸랐는지, 그리고 까다롭게 먹는지를 측정했습니다. 비만 유전적 위험이 높은 개들은 비만 유전적 위험이 높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식욕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연구는 개들의 식단과 운동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주인들은 유전적 위험이 높은 개들이 비만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유전적 요인으로 비만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사람들도 엄격한 식이요법과 운동 요법을 따를 경우 반드시 비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체중이 증가하기 쉽습니다.
사람의 비만과 마찬가지로, 개가 비만이 될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유전적 변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개가 비만 위험을 높이거나 낮추게 됩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케임브리지대학의 엘리너 라판(Eleanor Raffan) 박사는 “개를 연구하면서 정말 강력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날씬한 개의 주인이 도덕적으로 우월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날씬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만 유전적 위험이 높다면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 환경에 있을 때 과식하고 살이 찌기 쉽습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말입니다"라고 말합니다.
현재 인간에게 유행하고 있는 비만 유행은 반려견에게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반려견의 약 40~60%가 과체중이나 비만이며, 이 때문에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개는 인간 비만을 연구하는 데 좋은 모델입니다. 개는 인간과 유사한 환경적 영향으로 비만이 발생하며, 특정 품종에 속하는 개는 유전적 유사성이 높아서 그들의 유전자를 질병과 더 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비만과 가장 관련이 있는 유전자 변이체인 DENND1B를 가진 개는 그렇지 않은 개보다 체지방이 약 8% 더 많았습니다.
연구자들은 그들이 개에서 확인한 유전자가 인간의 비만과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개 게놈 분석에서 확인된 영역과 유전자가 인간 비만과도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개에서 정의된 관심 영역과 상동성을 갖는 인간 게놈 영역을 확인하고 그 인간 영역 내의 유전자가 BMI와 연관되어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GIANT 연구에 참여한 80만6834명 데이터와 영국 바이오뱅크 연구(UKB)에서 참여한 45만4787명의 데이터 등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와 단일 유전적 변화가 체중 증가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중증의 조기 발병 비만 환자 집단을 조사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도 DENND1B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 유전자가 비만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한편 연구자들은 반려견 주인이 퍼즐 피더를 사용하거나 먹이를 정원에 뿌려 먹는 데 시간이 더 걸리도록 하거나 반려견에게 더 만족스러운 영양 성분을 선택하는 등 매일 먹는 사료를 여러 번 나누어 주면 반려견이 배고픔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번 연구는 개와 인간 모두에 관련된 비만 유전자와 메커니즘을 확인했습니다. 개와 인간이 유전적으로 얼마나 유사한지, 또 어떻게 비만을 극복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개 유전학은 개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인간 유전자와 에너지 사용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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