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센터(Clinical Center). (사진=NIH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2025년 3월 15일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는 6개월짜리 임시 예산안이 발효됐습니다. 민주당의 반란표로 상원을 가까스로 통과한 임시 예산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셧다운은 피했지만 과학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임시 예산안에서는 올해 과학 관련 연구 기금의 소폭 삭감에 머물렀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의원들은 2025년 이후 연방 예산에 대한 대규모 삭감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립보건원(NIH),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환경보호국(EPA), 국립과학재단(NSF)과 같은 주요 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줄이겠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삭감이 시행된다면 질병 예방, 신약 개발, 공중 보건 이니셔티브의 둔화를 포함하여 의학 및 과학 연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삭감 제안 중 일부는 의회에서 취소되거나 완화되기도 했지만, 이러한 삭감 제안 자체만으로도 과학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전체 예산 규모는 2024 회계연도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했지만, 국방비 지출은 60억달러 증액하는 반면에, 그 외 지출은 130억달러 줄였습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는 연구개발에 대한 전체 자금 규모가 약 193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작년 자금에 비해 약 3.5% 감소한 수치입니다.
네이처(Nature)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자금이 대폭 삭감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s Act)에 따라 세계 최대 규모의 생의학 연구 자금 지원 기관인 NIH의 자금은 약 67% 삭감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줄어드는 예산에는 2016년 암 문샷 프로그램(Cancer Moonshot programme)과 혁신적 신경기술 발전을 통한 뇌 연구(the 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 BRAIN) 이니셔티브에 대한 투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치료법에 따른 총 연구 자금은 2억8000만달러 감소한 1억2700만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 인해 과학계에서는 건강과 의학 연구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어제 AP통신은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과학 연구 사무소를 없애기로 계획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화학자, 생물학자, 독물학자를 포함한 1000명 이상의 직원이 해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폴리티코(POLITICO)는 ‘트럼프 행정부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국내 HIV 프로그램 자금, 특히 예방 활동에 대한 삭감을 고려하고 있다. 이 제안은 HIV 예방 옹호자들 사이에서 검사, 감시, 지원 활동과 같은 필수 서비스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라고 CDC의 상황을 다루었습니다.
상당수 대학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하버드는 신규 직원 채용을 중단했고, 존스 홉킨스는 2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삭감할 예정이며, 컬럼비아 대학은 연구 보조금에서 4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네이처는 “공화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작성한 지출 법안에는 기관들이 어디에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지 정확히 지시하는 일반적인 항목별 세부 사항이 많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예산 지출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이것이 많은 민주당 의원이 법안에 투표하는 대신 정부 셧다운을 위협한 이유 중 하나다”라고 보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계속되는 결의안에 명시된 예산의 지출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2025년 이후, 공화당 의원들은 향후 10년 동안 연방정부 전체의 지출을 약 1조5000억~2조달러 줄이면서 세금을 감면하는 별도의 ‘예산 조정’ 법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의학계와 과학계는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라거나 “우리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과학 및 기술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무시할 때가 아니다”라며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의 연구 예산 삭감은 연구 인력의 대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과 그 외 지역의 과학 기관들은 연구 자금 삭감이라는 위기 상황을 피해 미국에서 이탈하는 연구원들을 모시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캠브리지 대학은 생의학에서 인공지능에 이르는 분야의 전문가를 유치하려는 여러 최고의 연구 기관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 다양한 직급의 인사들이 유럽의 주요 기관 관계자들에게 이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과학진흥협회 조앤 패드론 카니(Joanne Padrón Carney)는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도 미국의 연구자들을 자국의 대학, 연구소, 산업계로 유치하기 위해 ‘기쁘게’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과학자, 연구 기관, 전문 기관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관련 예산 삭감은 미국의 과학 혁신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십을 약화시키고, 암이나 알츠하이머, 전염병과 같은 질병 퇴치 노력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