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 관련된 문서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18일 공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과 관련된 미공개 자료를 지난 18일(현지시각) 전면 공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문서 공개가 케네디 암살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24일 토마토Pick에서는 62년만에 공개된 케네디 대통령 암살 문서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1963년 오스왈드의 저격
62년간 이어진 배후 의혹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 시내에서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와 카퍼레이드를 하던 도중 미 해병 출신인 리 하비 오스왈드의 총탄에 맞아 결국 숨졌습니다. 그러나 용의자인 오스왈드는 감옥 이송 도중 나이트클럽 소유주 잭 루비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오스왈드의 살해 동기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케네디 암살을 지시한 배후가 따로 있다는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오스왈드를 사망케 한 루비와도 뚜렷한 연결점이 없기에 '케네디 암살 배후설'에 더욱 힘을 실렸는데요. 그러나 이후 대통령직을 승계받은 린든 B. 존슨 부통령은 진상조사 위원회를 통해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버렸죠. 당연히 대중들은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지만 법무부와 연방정부 기관들은 온갖 가설을 부정하며 수십 년간 '의혹은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되풀이했습니다. 이같은 의혹은 살이 붙어 정치권에서도 제기됐는데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부친이 케네디 암살범과 친분이 있었다며 음모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미공개 문서’ 공개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행정명령을 통해 케네디 암살 사건 관련 기밀 자료 공개를 지시했습니다. 약 8만 장 분량을 요약 없이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미공개 자료들은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소재 국립문서보관소와 해당 기관 웹사이트에서 ‘JFK 암살 기록 - 2025년 문서 공개’라는 제목으로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핵심은 이번 명령에 따라 수면 위로 떠오른 2400개의 새로운 기록입니다.
새로 밝혀지는 사실
숨긴 것은 '스파이'
그러나 정작 미공개 문서로 드러난 사실은 냉전 시기 미국 정보당국의 첩보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문서에는 1962년 12월과 1963년 1월 사이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멕시코시티의 전화를 도청하여 소련과 쿠바의 외교 시설을 감시한 내용이 담겼는데요. 케네디 암살범으로 지목된 오스왈드는 범행 한참 전 멕시코시티에서 쿠바 및 소련 대사관 관계자들과 만난 것으로 밝혀졌죠. 다만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과의 연결점은 밝히지 못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문서를 접한 티모시 나프탈리 컬럼비아대 겸임교수는 일부 케네디 파일이 미공개였던 이유와 관련해 "문서를 통해 해당 기관의 스파이 활동 방식이 폭로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밖에도 문서에는 소련이 해외의 미국 교수들에게 케네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사실, CIA 스파이 활동의 상세 구조 등이 포함됐습니다.
"결론 뒤집을 정보 없다"
아울러 공개된 문서를 검토한 전문가들은 기존에 제기된 암살 배후 의혹을 뒷받침 할 정보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직 문서가 검토 중이므로 앞으로 중요한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역사학자들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고 보도했죠. 프레드릭 로게발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도 "사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극적인 새로운 폭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여전히 팽배한 음모론
다만 NYT는 미공개 문서 초기 검토 결과 일부 정보가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8만페이지 중 6만4000페이지만 공개 됐다는 것인데요. 공개된 자료 자체도 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부 문서는 오래 전 수기로 작성되어 글자가 훼손되기도 했습니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개로우는 “많은 문서가 흐릿하고 읽기 어려운데 반세기 전에 타이핑되거나 작성된 문서가 대부분이고, 복사본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이 오히려 케네디 암살에 관한 새로운 음모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방대한 양의 정보가 체계적인 분석 없이 공개돼 오해와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문서 공개의 목적은?
문서 공개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케네디와 관련한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왜 미공개 문건을 공개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을까요? 워싱턴포스트(WP)는 "정보 공개는 딥스테이트(deep state)에 대한 지지자들의 생각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딥스테이트란 전임 정권과 결탁한 기득권을 일컫는 말로,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다양한 음모를 꾸미는 뒷세력을 뜻합니다. 정보 공개를 통해 트럼프 지지층이 신봉하는 음모론을 강화하는 식의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연설을 통해 특정 기관의 딥스테이트가 자신의 재선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선거 운동에서 "케네디의 죽음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선택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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